밝은 미래를 꿈꾸며 양의지는 내년 시즌 원 소속구단인 두산 베어스의 선배 포수들과 경쟁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다.

▲ 밝은 미래를 꿈꾸며 양의지는 내년 시즌 원 소속구단인 두산 베어스의 선배 포수들과 경쟁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다. ⓒ 이호영


두산 베어스의 주전 포수 경쟁은 그 어느 구단보다 치열하다. 올 시즌 초반 현재 지난해 주전 포수였던 채상병이 2군의 안방을 지키고 있고 최승환이 1군 주전 포수로 뛰고 있다. 김진수와 상무에서 전역한 용덕한도 여전히 강력한 후보다.

올 시즌이 끝나면 경찰청 주전 포수 양의지(22)도 두산의 주전 포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프로 진출 당시 광주진흥고 졸업 예정의 양의지는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2006년 신인 지명 순번은 2차 8순위로 전체 59번이었다. 그해 양의지보다 뒤에 지명된 선수는 7명이었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 차장은 "(양)의지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타격이 그런대로 괜찮았고 어깨가 강했다. 동작도 큰 몸집에 비하면 날렵했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이차장은 2군에서 4년을 보낸 양의지가 1군 선수들과 경쟁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수줍은 미소 양의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친한 사람에게는 살갑게 대한다"고 말했다.

▲ 수줍은 미소 양의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친한 사람에게는 살갑게 대한다"고 말했다. ⓒ 이호영

경찰청 코칭스태프도 양의지의 장래성을 인정한다. 한화 이글스 시절 스카우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정영기 경찰청 수비 코치는 "수비보다 공격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 흔히 말하는 공격형 포수로 생각한다. 스윙할 때 힘을 잘 싣는다. 어깨가 강해 수비 능력도 갖췄다. 볼 배합이 조금 단순하고 승부가 빠른 점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대영 경찰청 타격 코치는 양의지를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고 말했다. 전코치는 "타격 재능, 수비 능력 등 좋은 포수의 조건을 고루 갖췄다. 의지에게는 코칭스태프가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경기 도중 양의지에게 사인을 잘 내지 않는다. 유감독은 "의지는 가능성이 있는 포수지만 아직 투수 리드에 약점이 많다. 가급적 사인을 내지 않고 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스스로 익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유감독이 포수 출신이어서 배터리 코치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양의지는 경찰청에서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주전 포수로 많은 경기를 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투수 리드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두산에서는 기량이 뛰어난 선배들이 많아 출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청에서는 주전 포수로 인정을 받아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지난해에만 연습 경기를 포함해 100경기 정도 출전한 것 같다.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수비가 발전했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공격력은 확실히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보낸 2년 동안 106경기에 출전해 1홈런 44타점 타율 2할6푼9리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뛴 지난해에는 69경기에 출전해 23홈런 60타점 3할4푼의 타율로 2군 북부리그에서 홈런, 타점, 타격 모두 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펜스 거리가 짧은 홈구장인 벽제구장의 덕을 보긴 했다. 벽제구장은 지난해까지 좌우 펜스가 91m, 가운데가 110m였다. 지난 시즌 경찰청 투수들은 7.68의 믿기 어려운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홈런 10걸에 경찰청 타자가 1위 조영훈(24개), 3위 양의지(23개), 공동 4위 김용섭 최훈락(14개), 7위 송승민(12개) 등 5명이나 든 까닭이기도 하다.

경찰청은 올 시즌을 앞두고 벽제구장 펜스 거리를 좌우 97m, 가운데 111m로 만들었고 펜스 높이는 왼쪽을 4m, 오른쪽을 6m로 높였다. 양의지는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홈런 몇 개는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투수를 리드하는 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홈런이 줄긴 했지만 양의지의 타격 기록은 5월 3일 현재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푼7리에 6홈런 18타점으로 준수하다. 경찰청의 팀 평균자책점은 두산의 3.01에 이어 3.73으로 북부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팀의 주전 포수로서 타격, 수비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정영기 수비 코치는 "조금 더 활발하게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대영 타격 코치는 "재능이 있는 선수이기에 조금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훈련을 하면 성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흡이 중요해 양의지(왼쪽 아래)가 이닝 교체 시간에 동료 투수의 공을 받고 있다.

▲ 호흡이 중요해 양의지(왼쪽 아래)가 이닝 교체 시간에 동료 투수의 공을 받고 있다. ⓒ 이호영


경찰청 입단 이전의 양의지가 '게으른 천재'였다면 지금은 아니다. 양의지는 "경찰청에 입단 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전보다 훨씬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팀 사정 때문에 3루수로도 가끔 출전하는데 좋은 경험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로 2군 생활이 벌써 4년째여서 양의지의 1군 진입에 대한 열망은 크다. 양의지는 "벽제구장 옆 경찰청 숙소에는 조금만 걸어 나가면 구멍가게가 있다. 하지만 두산 2군 숙소가 있는 이천 베어스필드는 차를 타고 10분은 나가야 물건을 살 수 있다"며 1군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리고는 약간 굳은 얼굴로 다짐했다.

"타격, 수비 모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경찰청에서 뛰는 동안 열심히 실력을 쌓겠다. 2군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1군에서 야구를 보는 안목을 넓히고 싶다. 꼭 기회를 잡아 1군에서 뛰겠다."

양의지 프로필

생년월일│1987년 6월 5일
신체조건│179cm, 88kg
수비위치│포수
투타│우투우타
학력│광주 송정동초-무등중-진흥고
경력│2006년 두산 베어스 입단(2차 8순위, 전체 59번 지명)-2008년 경찰청 입단

양의지 경찰청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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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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