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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가 4강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는 6월 3일 현재 22승 3무 27패(승률 0.423)로 5위에 머물러 있다. 하위권으로 떨어지지 않은 건 5월에 거둔 8연승 덕분이다. LG는 5월 1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9-5 승리를 시작으로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방문 경기까지 8경기를 모조리 이겼다.

그때만 하더라도 LG는 8연승을 바탕으로 상위권 유지가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 LG는 고비를 넘기지 못해 한때 5할 8푼 1리까지 올랐던 승률이 3할대까지 떨어질 위기를 맞았다. 8연승을 달리기 전 LG는 3연패 이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8연승 이후엔 4승 2무 15패(승률 0.190)의 처참한 성적을 내면서 내리 4연패, 3연패, 5연패했다.

1점 차가 실력

LG는 6월 2일 잠실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10-11로 졌다. 8회 초까지 1-9로 패색이 짙던 LG는 8회 말 4점을 뽑고 9회 초 2점을 내준 뒤 9회 말 다시 5점을 뽑아 10-11까지 쫓아갔다. LG의 집중력은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한화 마무리 투수 브래드 토마스를 ⅔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3실점으로 공략한 데서 잘 드러난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9회 말 2사 후 토마스를 내리고 필승 셋업맨 마정길을 올렸다.

LG의 반격은 거기서 끝났다. 9회 말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LG의 유격수 겸 9번 타자 김태완이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9구째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경기가 끝났다. 우효동 1루심은 김태완의 9구째 스윙을 보고 배트 끝이 살짝 돌았다며 하프스윙을 인정했다.

LG로서는 1점 차의 안타까운 패배였다. 다음날 김용달 LG 1군 타격 코치는 "하프 스윙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판정이었다. 김태완이 볼넷으로 나갔다면 1번 타자 박용택이 나와서 이길 수도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병훈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 위원은 "어제 경기에서 나타난 1점 차이가 곧 실력의 차이다. 한화는 1점을 지키기 위해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똘똘 뭉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LG는 그렇지 않았다. 타자들이 따라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투수들이 실점하지 않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공을 던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LG가 1-9에서 5-9까지 따라갔지만 9회 초 다시 2점을 내줘 5-11이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김재박 LG 감독도 "타자들이 잘 따라 갔는데 투수들이 불필요한 실점을 했다"고 일침을 놨다.

6월 3일 경기도 전날과 비슷했다. LG는 꾸준히 한화를 추격했지만 전날과 같은 10-11로 패했다. 김 감독은 "할 말이 없다"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올 시즌 LG는 유독 큰 점수 차로 뒤지다가 동점을 만들거나 따라붙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승리까지 이어진 경기는 거의 없었다. 막바지 맹추격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으면 남는 건 체력 소모 뿐이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취재진 사이에서는 LG 야구를 두고 이런 뼈있는 농담이 나오고 있다.

"LG는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아.…… 그런데 이길 것 같지도 않아."

5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와의 방문경기가 좋은 예다. LG는 3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21일 KIA전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3-1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역대 최장 시간인 5시간 58분 경기였다. LG는 5회 말까지 6-10으로 뒤지던 경기를 9회 초 13-13까지 만들었지만 승부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승률에 승리만 반영해 순위를 가르는 올 시즌엔 무승부가 패전과 다름 없다. LG로선 나름대로 추격전을 벌여 의미를 둘 수 있었지만 실속은 전혀 없었다.

경기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김 감독은 새벽 6시가 다 돼 집에 들어갔다. 다음날 잠실 한화전을 준비하던 김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LG 선수들은 하품을 하면서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이후 LG는 취소된 경기가 없어 체력을 비축할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근성

이병훈 해설위원은 1990년 LG 우승을 직접 겪어봤다. 이 위원은 1990년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포수 김동수(현 히어로즈)와 함께 LG에 입단했다. 그해 신인으로 72경기에 출전해 120타수 31안타(타율 0.258) 1홈런 19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냈다.

인상적인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강한 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깨달은 소중한 한 해였다. 이 위원은 "백인천 감독님이 있을 때는 말도 못한다. 신인이기도 했지만 군기가 얼마나 셌는지, 지금 LG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위원은 이어 LG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더그아웃에서 코칭스태프가 지시하는 건 한계가 있다. 경기는 코칭스태프가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한다. 그동안 LG는 이길 수 있었지만 아쉽게 놓친 경기가 많다. 상승세를 타면 거침없는데 하락세에 접어들면 상승세보다 훨씬 더 심하게 나락에 빠진다. 롤러코스터처럼 지나치게 흐름을 타는 게 최근 LG의 팀 컬러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누가 말해서 바뀌는 게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우쳐야 한다. 최동수, 박종호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구실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도 올 시즌 LG는 무기력한 지난해와는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4할 1푼 9리의 타율로 타격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와 지난 겨울 영입한 프리에이전트 정성훈, 이진영의 가세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김용달 LG 1군 타격 코치는 "정성훈과 이진영이 있어 라인업이 꽉 차는 느낌을 준다. 경기 외적으로도 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성훈, 이진영과 같은 중견 선수들이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수들에게 팀워크와 근성을 강조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선수가 LG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어 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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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야수 박경수의 오른쪽 손목 인대 부상으로 주전 2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베테랑 박종호(36)의 어깨가 그래서 더 무겁다. 박종호는 LG의 체질 개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LG는 지난해 11월 28일 박종호, 내야수 곽용섭, 투수 박지철을 영입했다. 박종호는 지난해 7월 3일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돼 개인 훈련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LG는 박종호의 근성과 성실성을 높이 샀다.

박종호는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는 LG 2군의 젊은 선수들에게 '원산폭격'을 지시한 적도 있다. 김영직 LG 2군 감독은 "(박)종호가 후배들에게 야단을 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못 본 척 지나쳤다. 선수단에 이런 선수가 있어서 나쁠 게 없다. 때로는 코칭스태프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베테랑 선수들이 나선다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선배인 박종호에게 혼쭐이 난 LG 2군 선수들은 그 뒤로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려 애썼다는 후문이다.

박종호는 5월 14일 1군에 등록됐다. 1998년 시즌 중반 LG를 떠나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했으니 11년 만에 LG 유니폼을 입고 1군에 복귀한 것이다. 박종호는 과거와 달라진 LG를 보고 팀을 바꾸는 데 베테랑으로서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LG가 성적을 내지 못해 선수들이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는데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선수단 미팅에서 (최)동수 형과 같이 근성이 있는 야구,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는 야구를 하자고 말했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곧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유지현 1군 주루·작전 코치는 과거 근성과 실력이 조화를 이루던 LG의 야구를 되살리는 데 박종호 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보고 있다. 유 코치는 "종호는 실력도 있지만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다. 악착같은 면도 있고 성실해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코치는 2000년대 LG의 침체를 두고 실종된 근성뿐만 아니라 세대교체 실패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의 LG는 과거에 비해 근성이 부족하지만 세대교체 실패도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LG가 좋은 성적을 냈을 때는 꾸준히 간판선수들이 나왔다. 이병규, 박용택과 같은 후배가 등장한 것까진 좋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 LG의 젊은 선수들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게 아쉽다."

반전을 기다리며

LG의 전성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창단한 LG는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국내 프로야구 정상권 팀으로 성장했다. 1990년 삼성, 1994년 태평양 돌핀스를 상대한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4승 무패의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1990년은 백인천 감독(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관리야구'가, 1994년은 이광환 감독의 '자율야구'가 꽃을 피웠다. 1990년의 LG가 정신력을 강조했다면 1994년은 다져진 정신력을 바탕으로 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1994년 LG를 지휘했던 이광환 전 감독은 "그땐 선수들이 알아서 잘했다. 라인업을 짤 때도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좋은 선수들이 있었고 그 선수들이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게 이 전 감독의 설명이다.

서용빈 LG 육성군 타격 코치는 1994년 '자율야구'의 중심에 있던 LG 우승의 산 증인이다. 서코치에 따르면 당시 자율야구는 스스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근성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강조하는 지도자가 됐다. 서 코치는 지난해 스포츠 전문 주간지 <SPORTS2.0>과 인터뷰에서 "요즘 LG의 후배들은 근성이 부족하다. LG가 강했을 때는 좋은 선수들도 있었지만 정신력이 뒷받침이 됐다. 지도자가 돼 선배로서 강인한 정신력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LG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전력이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LG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마운드의 불안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5.49로 5.86의 히어로즈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쁘다. 반대로 팀 타율은 2할9푼2리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김감독은 시즌 초반 "타선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마운드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우려가 기록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더욱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과 근성이 필요한지 모른다.

LG는 4월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역전극의 묘미를 선보이면서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LG는 4-5로 뒤지던 9회 말 1사 만루에 두산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려 8-5로 이겼다. 더그아웃에서는 오랜만에 선수들이 환호했다. 지난 2년간 볼 수 없었던 김재박 감독의 환한 미소도 보였다.

모처럼 LG에게 매운 맛을 본 김경문 두산 감독은 다음날 "올 시즌 LG가 확실히 달라졌다. 끈기와 집중력이 생겼다"고 칭찬했다.

최근 LG는 이와 같은 극적인 승리가 다시 필요해졌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유지현 코치는 "지난 2년간 미국 연수를 하면서 팀을 떠나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데 얼마나 나빴는지 체감을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가 요즘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감독님이 전지훈련에서부터 팀플레이를 유독 강조했고 선수들도 그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있다. 올 시즌 선수들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LG 프로야구 박종호 최동수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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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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