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원국 전부가 참가해 모처럼 아시아의 평화와 단합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구하고 선수단을 파견한 나라들이 더러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10일 내보낸 팔레스타인 선수단장 인터뷰에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9.11테러 이후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12일자로 소개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동티모르 선수단 조아오 단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동티모르 선수단 조아오(Joao Viegas Carrascalao. 57) 단장은 현재 동티모르 연립정부 문화체육장관을 맡고 있다. 그는 동티모르의 제1야당인 '티모르 민주동맹'(6석 확보) 당수로 있어 주변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그는 유엔 신탁통치 기간 동안 건설부장관을 지냈으며, 미국에 유학해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호주에서 대학 교수를 지냈다. 외국에 있으면서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한 주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아오 단장은 과거 식민 통치 때 가족과 친척들을 많이 잃었다. 그의 집에 150여명의 피난민이 숨어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군인이 들어와 칼로 피난민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때 17살의 조카가 칼에 맞아 죽었다. 처제를 비롯한 친인척들도 많이 죽었다. 동티모르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옵서버' 자격으로 출전했다. 올해 5월 독립했지만, 그 뒤 OCA 총회가 열리지 않아 정식 회원국에 가입할 절차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요구했고, 정식 회원국이나 마찬가지 자격으로 출전했다. 동티모르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조아오 단장은 축구와 배구 농구 배드민턴 선수를 지냈으며, 특히 축구와 배구 농구는 동티모르 국가대표 선수 생활도 했고, 농구 국가대표 감독도 지낸 만능 '스포츠맨'이다.
 동티모르 선교사 이은택 목사(왼쪽)와 함께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선 조아오 단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아시안의 한 구성원으로 떳떳하게 참여한 것" 다음은 우리나라 사람 중에 유일하게 동티모르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고 있는 이은택 목사의 통역을 통해,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처음 국제대회에 참석했는데 소감과 부산 생활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대회 참가에 의미를 두었다. 처음 국제 경기대회에 참가했다. 긴 시간 동안 식민지지배를 당하고 다른 나라에 의해 핍박과 압박에서 벗어났다. 아시안의 한 구성원으로 떳떳하게 참여한 것이 의미가 크다. 부산 생활은 불편함이 없다." - 한국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이 열려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 한국사람들은 동티모르가 가장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는 아들들을 보내준 나라다. 이번 대회에 참가해 그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다. 다른 민족을 도와주고 재건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준 한국에 감사한다." - '옵서버' 자격으로 이번 대회 참가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지난 5월 독립국이 되었다. 대회가 열리기까지 OCA 총회가 열리지 않아 회원국 가입 절차를 밟을 수가 없었다.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회원국과 마찬가지인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OCA와 조직위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동티모르 선수를 지원하는 서포터즈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공항에 처음 내렸는데 서포터즈를 보고 놀랬다. 출발할 때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서포터즈들이 우리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거리에 나가도, 학교를 방문해도 어린이와 어른할 것 없이 모두 친절한 마음과 진정한 마음으로 우리를 대해 주었다. 집에 와 있는 같다는 느낌이다."
 동티모르 선수단이 9월 29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이기면 축하해주기도" - 다른 나라 선수와 대표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안게임에 첫 발을 내디딘 동티모르에 많은 관심과 함께, 아시안의 한 구성원으로 대해주었다. 고맙다." - 신생 독립국으로서 스포츠 정책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원만한지? "경기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들이 인도네시아 군인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것이다. 훈련 장비도 없는 처지다.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 어린 아이들도 3~4킬로미터를 걸어서 학교에 가고,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한국에 와서 어린이들이 밝고 행복하게 지내는 거 보고 부러웠다." -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뒤 인도네시아 선수와 임원을 만난 적이 있는지, 어떻게 했는지? "만났다. 인도네시아와 정치문제는 있지만, 스포츠는 그렇지 않다. 정치는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스포츠는 장벽이 없고, 종교도 정치도 없다. 우주적인 화합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게 스포츠다. 스포츠를 정치와 섞어 말하지 말라. 많은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스포츠를 통해 술술 풀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가 그랬고 이란과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만나서도 거리낌 없이 대해 주었다. 그들이 이겼을 때는 축하해 주고,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애를 썼다." - 지금까지 '노메달'인데 만족하는지? "경기에서는 메달이 없지만, 우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따는, '마음의 금메달'을 땄다. 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반열에 올라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시안게임의 모든 젊은이들이 도와주고, 겸손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우리의 스포츠 기술과 실력도 향상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 국민 60%가 30세 이하, "젊은이 많아 힘있는 나라" - 독립운동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동티모르의 발전을 위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내 모든 것을 독립을 위해 바쳤다. 식민지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아의식을 발전시킬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매우 강력한 나라였다. 세계가 인도네시아의 잘못을 비난했고, 특히 세계 청년단체들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오늘이 있도록 했고, 모든 동티모르 국민이 힘을 합쳐 독립을 쟁취한 힘을 바탕으로 열심히 살 것이다." - 동티모르에서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불행한 일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젊은이가 많다. 나이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많이 죽었다. 60%가 30세 이하의 젊은 사람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단만 하더라도 부단장과 사무총장도 30살 안팎이다. 이는 나라가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잘 살려내야 하고, 잘 살려낼 것이다." - 제1야당인 '티모르 민주동맹'을 이끌고 있는데, 앞으로 정치적인 포부는? "내일 죽더라도 행복한 마음에서 죽을 수 있다. 지금 죽어도 행복하다. 그것은 평생 소원이었던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는 게 목표다. 그러나 현 정권에 대해 절대로 부정적인 의견을 갖지 않는다. 야당이지만 협력하는 당이다. 지금 우리는 정부와 싸울 상황이 아니라 정부를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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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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