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세계 언론의 눈과 귀는 쓰레기더미 위에 피어난 서울월드컵 상암경기장으로 모이고 있었다.

지하철 6호선 상암월드컵경기장역은 온통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기 시작한다. 경찰과 119구조팀은 사고를 대비해 계단을 폐쇄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경기장에 오르도록 사람들을 유인한다.

부산에서 시작한 붉은악마와 태극전사는 4700만 온 국민을 열광시키며 대구와 인천을 돌아 다시금 남하하여 대전을 돌아 광주를 돌아 드디어 서울까지 온 것이다.

내친 김에 요코하마 결승까지 가자라는 의미였을까. 남쪽 스탠드에 자리잡은 붉은악마 응원석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카드섹션으로 오늘의 염원을 실어 나타냈다.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며

6만5천명을 수용하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결전의 시간 8시 30분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듬성듬성 보이던 빈 자리는 온통 붉은색으로 바뀌고 경기 전에 몸을 푸는 양쪽 팀 선수들의 움직임에 관중들은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즐긴다. 본인들의 모습이 전광판에 보일 때마다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기도 하면서 지구촌의 축제를 즐기는 여유를 보인다.

경기장 전면부와 후면부

오늘의 경기는 어쩌면 독일과 한국 국민성이 빚어내는 또 하나의 명승부가 되리라는 감부터 들었다. 기마민족의 후예였으나 이제는 오랜 농경정착민족으로 지내다 공업국가를 거쳐 어느덧 정보화산업이니 전자산업이나 서비스산업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의 경쟁대열에 당당히 들어선 한민족의 후예.

알프산맥자락에서 오랜 부족국가형태를 유지하다 연방국가를 이룩한 게르만민족의 후예들. 하지만 고뇌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르는 철학이 느껴지는 게르만 민족의 후예들, 그들은 녹슨전차를 타고 한국에 나타났으나 과연 어느 정도 그 성능을 월드컵 무대에서 바꾸었을까, 오늘 경기가 말해줄 것이다.

8시 30분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화제 중의 하나인 애국가 제창시에 올라가는 대형태극기가 본부석 맞은편으로 올라갔다. 간단한 식이 진행되고 긴장을 무너뜨리는 휘슬이 울렸다.

히딩크 감독은 자주 코치박스를 벗어나 대기심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경기 중에 느껴지는 감은 지금까지 주최국 한국에 대해 약간의 우세한 판정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손해를 봐야 될 것 같은 나만의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다. 유럽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앙갚음이 느껴지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퍼지고 상암월드컵경기장은 함성을 쏟아내 그 열기를 그대로 그라운드로 땅이 꺼져라 퍼붓는 전용경기장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무기없는 전쟁

무기없는 전쟁 그들이 가진 무기라고는 다리와 헤딩을 할 수 있는 머리, 다리의 순발력이 한국이 앞선다면 독일의 장신력에서 나오는 헤딩은 볼 만하다.

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퍼붓는 독일의 파상공격이 휩쓸고 지나갈 무렵 한국의 스피드한 패스가 차두리 선수를 통과하여 이천수까지 이어졌고 이천수 선수의 강슛은 이내 골키퍼의 무의식적으로 뻗친 손바닥을 맞고 휘어져 버리고 말았다.

탄성이 이어지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관중석은 이내 응원석으로 바뀌었다. 전반전의 치고받는 공격. 하지만 독일의 파상적인 공격 전반전은 0:0 무승부로 끝났다.

아쉬운 순간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의 태극전사

후반전의 치고받는 공방이 이어지고 이윽고 후반 30분에 이르렀을 때, 아! 하는 패스미스가 어쩔 수 없는 독일의 골인으로 이어졌다. 붉은악마석은 "괜찮아"로 이어졌고 다시금 함성이 상암벌을 흔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러나 번번히 최종공격라인에서 차단되는 공격 아쉬운 시간으로 달려가고 경기시간 89분이 되었을 때 대기심은 추가시간 4분안내판을 내보인다.

이대로 우리의 꿈은 꿈으로 끝난다는 말인가? 이내 650만 길거리 응원단의 함성과 6만5천여 관중의 함성과 온 국민의 함성은 아쉬운 탄성으로 숨을 죽이며 할말을 잃은 표정이다.

언제부터인가 어디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퍼지고 이내 관중석에서는 스코어에서는 졌지만 정신력과 최선을 다한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아울러 승자, 독일선수들에게도 힘찬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2002년 6월 25일

독일의 성능이 다소 개선된 전차에 일격을 당한 태극전사는 정말 자랑스러운 우리 온 국민의 모습이었다. 운동장을 빠져나온 관중들은 다시한번 "대한민국"을 힘차게 외쳤고 4년 뒤 2006 독일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자고 소리쳤다.

이제 우리의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것이다. 독일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과는 정말 다른 팀이었다. 6만2500여 관중의 함성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이를 두고 히딩크 감독은 경험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설움을 떨쳐 버리고 앞으로 나갈 것이다.

2002년 6월 25일의 월드컵 세대는 15년 전의 386세대와 52년 전의 6.25세대와 또 다른 역사의 지점에서 하나됨을 이루고 또 하나의 다른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2002-06-26 20:2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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