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났다. 늘 월드컵 때만 되면 언론기관과 광고계에서 내걸던 제 2라운드 (16강)이라는 목표도 이루어 냈다. 6월초만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월드컵 4위라는 성적을 거두었으며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옥외 전광판을 이용한 길거리 응원이 선보이는 등 이번 월드컵은 축구인들과 모든 국민들에게는 꿈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월드컵 전에 홍명보가 언론과 인터뷰 중에 한 말이 있다. "한국축구는 2002년 이후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2006년에도 계속되고 2010년에도 계속됩니다"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한국 축구에 있어서 2002년은 축구의 결실은 맺는 해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결실을 맺기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대회나 올림픽과는 달리 월드컵은 세계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인 경연장이다. 물론 국가간의 경기에 있어서 각국 언론 등은 애국주의로 그 경기를 포장하고 마치 그 경기가 한국가와 다른 국가간의 축구공을 통한 대리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와 세네갈의 경기를 시청했던 본인으로서는 앙리나 트레제게의 플레이를 감상하기에 앞서서 세네갈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졌을 따름이다. 물론 실제로 전쟁을 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편으로 선수들의 경우는 자신의 몸 값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 선수들의 경우 스카우터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리그까지와서 경기를 지켜보지는 않는다. 그만큼 기회가 적은 이들 국가의 선수들로서는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것이 유럽 리그의 진출과 많은 연봉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월드컵은 세계에서 열리는 다른 대회와는 격이 다르다. 이렇게 월드컵에서는 모든 국가가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수준이상의 실력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 대표팀의 실력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축구 인프라가 갖추어 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전용구장 같은 외적인 시설 뿐만이 아니라 축구 운영시스템의 방식, 리그의 활성화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그 인프라를 판단하고 그 인프라를 통해서 과연 그 해당 국가가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우리의 경우 이번에 거둔 월드컵 4위라는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물론 그 기적의 속에는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한 거스 히딩크라는 인물이 있기는 하다. 물론 이 기사를 통해 히딩크 감독의 성과와 그 업적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 세계 4위라는 성적이 단순한 전설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8강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축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그만큼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 히딩크급의 명장을 영입해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다음 월드컵은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열린다. 이번에 누렸던 홈 어드벤티지는 없다.

축구 인프라 구축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 두 나라를 통해서 비교 가능하다. 지난 월드컵 4위였던 네덜란드와 94년 월드컵 4위 불가리아를 비교하도록 하자. 두 나라는 모두 4위에 오른 나라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가리아보다도 네덜란드가 본선에 오르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한다. 또한 누구던지 네덜란드가 월드컵에 오르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까? 라고 한다면 보통 8강이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불가리아는 어떤가? 불가리아가 또 4강에 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두 나라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단순히 스타플레이어의 유무 때문은 아니다. 그만큼 네덜란드의 경우 유소년 축구 클럽 시스템이라는 선진적인 체계를 갖추었고 아약스나 PSV아인트 호벤 같은 세계적인 클럽팀을 보유 운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네덜란드 축구가 선진적이고 우수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축구를 좋아하면 잔디에서 공을 찰 수 있는 그런 환경 또한 축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기관과 전문가들은 유소년 시스템 구축 2부리그의 창설 등을 그 방법으로 들고 있다. 물론 그 생각에도 본인은 동의한다. 그러나 이들은 왜 그런 방식으로 가야하는 지를 설명을 못한다.

한국축구계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학연과 지연이 판을 친다. 더구나 국가 대표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학교 별로 고대 몇 명 한대 몇 명 연대 몇 명 하는 식으로 선발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한 선수가 기량은 고대나 한대 소속 선발 선수에 비해서 우수하나 본인의 경우 그 소속 학교가 마이너이기 때문에 배제된다.

필자는 이번 월드컵에서 서방 언론으로 부터 세리에A급 수비수라는 극찬을 들은 최진철 선수를 그 예로 들고 싶다. 물론 최진철 선수의 경우 프로 리그에 와서 기량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자질은 갖추고 있으나 최진철 선수가 축구계에서는 마이너 학교 소속이기 때문에 조기에 선발되지 않았다고 필자는 믿고 싶다.

그러나 만약 이런 학원 축구가 아니라 구단 산하의 클럽팀에서 훈련하고 그 훈련하는 유소년 선수중에 실력위주로 상위 팀으로 올라가고 정말로 실력이 있는 학생들만이 클럽의 본팀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선수 선발 등의 과정에서 학연 지연이 아닌 잡음없이 공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축구부를 보유한 학교에 천연잔디구장으로 만들어주는 안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 하다. 설사 천연잔디를 깔아준다 하더라도 관리비용 또한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다쳐서 실려나가는 인조잔디를 깔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선수들은 맨땅에서 훈련을 한다.

차라리 유소년 클럽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게 된다면? 잔디구장에서 정말 향후 경기력에 적합한 기술등을 갖추게 될 것이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은 전에 언론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선수들은 프로에 와서 기초부터 다시 닦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맨땅에서 볼을 컨트롤하는 기술과 잔디에서 볼을 컨트롤 하는 기술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유소년 축구와 그 클럽의 활성화는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클럽 축구를 함으로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풍토를 정착시킬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의 부임으로 상위 엘리트 23명의 경우는 축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론 이 지각변동은 최상위에서만 일어난 것으로 지금 독자가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고등학생들은 전국 4강에 들기 위해 운동장을 오리걸음으로 들고 있으며 운동장 어딘가에는 구타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위에서 감독이나 코치들이 하라는 데로 경기를 하게 되고 정작 창의적인 플레이는 잊게 된다. 한국 팀이 외국 언론들에게 로봇 축구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도 결국에는 유소년 시절 부터 기본기 습득보다는 전술 향상에만 주력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유소년 체계로 갈 경우에는 선수들은 팀 플레이도 익힐 수 있으나 본인이 상위팀에 진출하기 위해서 개인기량과 이외의 본인과 관련된 기술 습득에 노력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축구 전용 경기장을 6개나 확보하였다. 또한 울산이나 제주도 등의 훈련캠프는 확실한 축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외적인 인프라 뿐만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 첫번째 안이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활성화이다. 홍명보의 말처럼 한국축구는 6월 30일 오늘도 계속된다. 4강의 성적이 전설로 남지 않고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유소년 클럽 정착이 필요하다.
2002-06-30 10: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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