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어리더 치어리더인 염광여고생들은 여중생사건에 크게 분노하였다. ⓒ 진홍 붉은악마, 붉은광장, 축제, 단합, 단결, 열정, 희망, 생기, 비전, 꿈, 하나, 자신감, 공동체, 이웃, 화합, 질서, 끈기, 기세, 투지 등 죽어가던 숱한 단어들이 생기를 되찾은 6월을 마무리하며 터키와의 3, 4위 전이 끝난 29일 밤늦게까지 '난장'을 벌이는 '붉은악마'들을 대학로에서 만나보았다.

이번 응원전의 특징은 축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던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었으며 그 중에서도 청소년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점은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공통으로 여섯 가지의 질문을 던졌으며 여자 중고생들의 인터뷰를 싣는다.

이들은 특히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사건에 분노하고 있었으며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답변에 응해준 대학생이나 깊이 있는 어른들의 답변을 싣지 못한 점 아쉽다.

- 축구 응원은 몇 번이나 했으며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축구응원은 4번 정도 했어요. 처음에 프로축구라고 하면 지루하고 관심이 없었거든요. 이번 월드컵 보고 나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거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프로축구하는 데 직접 가서 보고싶어요."(이미경. 염광여자정보교육고 2학년)

▲ 애국 풍문 붉은 애국심의 풍문 7공주(?)인. 태극기를 잉태하라! ⓒ 진홍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가장 자랑스런 것을 꼽는다면?
"역시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이지요. 하지만 이제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걸 배웠으니까 자랑스러워요. 국민들이 하나가 된 폭발적인 성원과 재미있는 응원전을 꼽고 싶네요."(이민정, 방화중 3학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제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건... 한국에서의 월드컵이 이제 끝났다는 것 밖에 없네요."(안리나, 풍문여고 2학년)

-앞으로 이런 축제를 어떻게 살려 나갔으면 하나요?
"솔직히 월드컵 아니었으면 이런 축제도 없었을 거 같은데 나라에서 날짜를 정해서 매년마다 크게 축제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처음으로 축제가 무언지 접해봤는데 너무 재밌었고 또 이런 축제가 매년 있었으면 좋겠어요."(김지혜, 풍문여고 2학년)

월드컵 와중에 여중생 사망사건을 접하고 드는 생각은?
"월드컵 경기로 인하여 가려진 사건들로 인하여 조금 가슴 아픕니다. 한창 피어날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군에게 죽임 당한 두 명의 여중생이고, 또 하나는 북한군과의 싸움으로 인하여 나라를 위해 전사한 군인들입니다. 월드컵 기간 중 두 명의 여중생의 죽음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보도도 되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에도 군인들의 전사 사실은 많은 방송을 통하여 알려졌지만 두 명의 여중생의 죽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죽음임에도, 똑같은 억울한 일로 인하여 생명이 사라졌음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지키려고 온 미군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도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프고 가슴 아픕니다. 다만 여중생들의 가는 길이나마 편안하길 빌고 있습니다."

▲ 명품사세요!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이민정 양은 명품을 들고 나왔다. ⓒ 진홍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들의 사망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녀들이 죽었음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나라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바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도 미군에게 한국인이 살해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또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고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하루빨리 국가에서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남은희, 은광여자정보교육고 2학년)

-간직하고 싶은 얘기나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나 잘 했구요. 이렇게 즐거운 축제를 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기도하는 모습도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더욱 친해진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친구들아 우리 우정 절대 안 변하는 거다~." (안리나, 풍문여고 2학년)

정의여중 3학년 강연주 양과의 인터뷰
▲ 정의의 여인들(오른 쪽이 강연주 양) ⓒ진홍 1) 축구 응원은 몇 번이나 했으며 축구에 관심 갖게 된 동기는?

"포르투갈전부터 갔으니까 5번이겠죠? 대학로에 한번 갔었는데 스크린이 아래에 있어서 안보였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스크린 많은 광화문으로 갔어요. 원래는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축제 월드컵을 하게 된다니까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경기에서 선전을 보여 4강진출 까지 했으니까 더욱 더 관심이 생겼구요."

2)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가장 자랑스런 것을 꼽는다면?

"다른 나라에서 우리 한국사람들을 볼 때면 어색한 발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죠? 외국인들이 항상 힘없는 우리나라를 얕보고는 했는데 축구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도 우리나라를 이해해주고 있죠. 그리고 축구라는 것으로 전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으니 좋았죠. 음, 경기가 끝나면 쓰레기를 줍고 질서를 지키고 장애인을 돕고 지하철 자리가 흔히 비어있는 모습도 아주 자랑스러웠죠. 이런 모습들이 다른 나라에 알려지면서 다른 나라사람들이 우리나라 멋지다고 생각하죠. 정말 자랑스러워요. 이런 모습을 월드컵 기간만이 아니고 언제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우리나라는 정정당당하게 4강까지 오른 것인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심판에 문제를 제기하니 그게 좀 아쉽죠. 우리나라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해서 얻어진 결과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심판이 개최국인 우리나라 편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하니까요."

4) 앞으로 이런 축제를 어떻게 살려 나갔으면 하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정말 축제라는 것이 없었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온 국민이 하나되는 관심사를 찾아서 축제를 하면 정말 좋겠어요."

5) 월드컵 와중에 여중생 사망사건을 접하고 드는 생각은?

"저에게는 동생이죠? 만약 제 동생이 그렇게 죽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이건 누구나 다 그렇죠. 그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 중 하나가 죽어 정말 속상할 것이에요. 축제도 즐기지 못했겠죠. 월드컵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들떠서 선거도 잘 참여하지 않았잖아요. 누가 이렇게 월드컵에 환호하고 있는데 슬프고 가슴아픈 소식을 들으려 하겠어요? 들어도 월드컵 얘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일이 다반사였겠지요. 마땅히 책임을 지고 유가족들에게 손해 배상을 하고 사과를 해야 정상 아닌가요? 왜 책임이 없나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힘이 없는 우리나라 민족이라 그냥 넘어가려 하는 건가요? 조선시대에도 아니 그 전부터 우리나라는 힘이 없다고 여러 나라들과 어처구니없는 불평등조약을 맺기도 하고 우리나라 왕실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행위에도 가만히 있었잖아요.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를 약탈해 가는 행위에도 우리는 책임을 묻지 않았고 다만 힘이 없는 우리민족을 탓하고 있었죠. 사실 지금도 그래요. 예전에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 그리고 짓밟아 버린 우리의 문화재를 돌려주지도 않고 손해 배상을 해주지도 않죠. 그러면서 자기 나라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면 항상 우리나라에게 막대한 책임과 배상을 요구하곤 하죠. 제발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한이 많습니다. 누가 새보고 지저귄다고 하지 않고 운다고 합니까? 새가 운다고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모습과 한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미국은 마땅히 책임을 묻고 유가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마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람들 다시는 미국을 좋게 보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오노 일도 그렇고, 미국과 경기할 때 우리나라의 골세리모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웃었지만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가요?? 이렇게 밖에 표현하고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을 풀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책임을 져야해요!"

6) 기억에 남기고 싶은 얘기나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선수들 정말 훌륭히 멋지게 잘 싸워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우리 민족의 오랜 한을 풀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23인의 태극전사들 그리고 히딩크 감독님, 붉은 악마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4년 후에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납시다. 이 가슴에 벅차 오르는 환희의 감정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저 감사 드리고 감사 드린다는 말밖에는. 정말 지난 6월 한 달 동안 즐거웠습니다. 때때로 가슴을 졸이고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던 그 시간들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기회가 제 평생 다시 찾아올 지 모르겠지만. 정말 즐거웠고 기뻤습니다." / 진홍
2002-07-04 07:16ⓒ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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