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umber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바뀌지 않는 제도, 그를 비추는 작업의 의미
책임 있고 유능한 언론과 언론인을 찾아보기 어렵고, 법원의 태도 또한 소극적이기만 하다. 이 과정에서 지치고 상심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한다. 2017년 발생한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의 투신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테다. 1983년, 어린 나이에 미국에 입양됐으나 시민권이 취득되지 않았고 성인이 된 2012년 강제추방을 당해 한국에 돌아온 지 5년 만에 죽음에 이른 것이다.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에게 버림받은 그의 죽음에 한국 해외입양의 부조리한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미오카를 중심으로 여러 해외 입양인 출신 외국인들의 오늘을 마주하는 동안 한국의 해외입양 제도의 참담한 운영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설립부터 이윤을 쫓아 부를 불리는 과정의 민망함 또한 여실히 확인된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내다보는 해외입양의 현실을 보다 보면 영화가 이를 '홈쇼핑',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에 빗대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부족하나마 몇 차례 언론과 영화, 애니메이션, 다른 다큐를 통해 조명된 바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입양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일지 않았고 관련 법이나 대책은 제대로 수립된 적 없다. 법원 또한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정부... 바뀌어야만 한다
영화의 백미는 해외입양인들이 참석한 어느 간담회 자리다. 코로나19 국면 가운데 해외입양인에게 보내진 마스크를 받고 도리어 모멸감을 받았다는 어느 이가 격렬하게 제 입장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그녀를 향해 국가의 노력이 그렇게 가닿아 반가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극장 곳곳에서 실소가 비어져 나오는 민망한 순간이다. 그와 같은 태도, 자세, 공감력이 오늘의 문제를 만들었음을 관객이 비로소 알게 되는 장면이다.
입양, 그것도 해외입양이 어느 누구의 삶 전체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다는 것을, 또 그를 위한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 혹시 제 뿌리를 찾을 수 있을 해외입양인를 위한 길이란 걸 우리의 정부와 법 제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로부터 예고됐던 문제가 거듭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자리를 잡았다 해도 제 뿌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거듭 좌절하고 절망한다. 정부와 책임 있는 기관들은 책임을 면피하기에 급급하다.
< K-Number >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며 자화자찬하는 한국의 민망한 얼굴을 내보인다. 개선해야 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제도며 체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한다. 인간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지려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면이라는 걸 더 많은 이가 알아야 한다고 외치는 작품이다. 나는 그와 뜻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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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