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1972년과 1989년을 오가며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과거 성근은 실력 없는 배우이자 좋은 아빠였으나, 남산으로 끌려가 얻어맞아가며 김일성을 연기하게 된 이후로는 아버지 노릇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고 만다. 극단적인 상황 가운데 배역과 자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김일성이라고 믿게 되고만 것이다. 자연히 일상생활이 버거워지고, 아들인 태식(박해일 분)에게도 신망을 잃을 밖에 없다.
1989년 태식은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전형적인 젊음이다. 겉만 번지르르 외제차와 세련된 양복을 입고 다니지만, 속을 뜯어보면 정상인 것이 없을 정도다. 차는 잔고장 많은 구형 모델이고, 현재는 다단계 업체에서 사람들을 속여가며 하자 많은 물건을 파는 신세다. 심지어는 대부업체에 빚까지 내서 일수쟁이들에게 독촉까지 당한다. 그렇게 몰리고 몰리다 하늘이 번쩍 열릴 길을 알게 되니, 바로 분당 신도시 개발이다.
태식은 어려서 분당에서 자랐다. 아무것도 없는 지지리도 가난한 동네였다. 아버지까지 엉망이 되고나니 태식에게 분당은 벗어나고만 싶은 땅이었다. 그런 동네가 한순간에 재개발, 그것도 신도시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대규모 토지수용이 될 터였다. 그렇다면 제 때, 제값에 팔아야 한다. 아버지의 인감도장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영화는 태식이 성근을 찾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그로부터 십수 년의 시차, 그보다도 많은 심정적 거리를 뚫고서 아들이 제 아버지의 뒤틀림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려 든다.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유치하며 엉성한 영화다. 하나하나 그 개연성을 뜯어보겠다고 달려들면 죄다 뜯겨져 개발을 앞둔 분당 옛 동네처럼 태식의 집만 빼고 죄다 허물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영화는 다짜고짜 돌입하는 판타지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아들의 이야기, 독재정권의 권력남용과 무단통치가 아니었다면 결코 나쁜 아버지가 되지 않았을 성근을 태식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건 독재다. 독재가 가져온 폭력이다. 그 폭력이 성근을 저와 김일성을 동일시하는 반쯤 정신 나간 이로 만들어 버린다. 중정에서의 연기연습부터 정신병에 대한 묘사까지가 다소 엉성하긴 할지라도, 감동과 이해로 나아가는 드라마만큼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독재자>는 얼마든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세대와 시대를 이해하려는 시도
▲나의 독재자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현실 가운데 성근과 같은 이가 없다고 할 수 있으랴. 한국 현대사는 이 땅에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과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고문과 폭력, 강간 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공직자에게 맞아죽은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꾸며지고, 아무 죄 없는 농부며 어부들이 간첩이 되고 그 가족들은 연좌제에 시달렸다. 그 과정에서 제 정신으로는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모든 죄의 정점에 있는 이를 향해 조국발전의 영웅이니, 경제화의 주역이니 하고 추켜세우는 일이 2024년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가만 보면 잘 알지 못해서다. 살펴보면 잘 알려하지 않아서다. 그렇게 편히 사는 대로 산 결과로써 우리는 성근과 태식의 고통이 부당한 국가의 잘못으로부터 기인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경구와 박해일이란 걸출한 두 배우가 전력을 다해 연기하는 작품 <나의 독재자>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여러 제약 가운데 꿈꾼 그대로를 이루지는 못하였다 해도, 이 영화를 기록하려 하는 건 작품이 여전히 유효한 과녁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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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