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엔 경계가 없다고들 한다. 상상에 경계가 있다면 그건 상상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상상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문제일 테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미술시간을 떠올린다. 매 수업 때마다 하나씩 그림을 완성해야 했던 그 시간들 가운데, 나는 자주 뻔한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딱히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나무 기둥을 갈색으로, 잎은 노란색으로, 하늘은 푸른색이고, 구름은 하얀색으로 그렸던 것이다. 태양은 붉고 머리는 검었는데, 따로 다른 색깔을 시도할 생각조차 얼마 하지 못하였다.
왜 그랬을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것이 내가 아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상상 또한 결국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그 현실로부터 훌쩍 뛰어 벗어나야 멋진 상상이 되는 것이다. 마치 점프력 좋은 이의 뜀뛰기처럼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힘이 필요한 것이 상상이 아닌가 한다. 그 시절 나의 상상은 빈약하고 그렇다고 현실을 아주 멋들어지게 묘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상상력이 좋은 인간은 되지 못한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