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펼쳐진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공연

2017년 펼쳐진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공연 ⓒ 현대카드

 
얼마 전 콜드플레이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아시아 투어 일정이 일제히 발표되었다. 콜드플레이는 2017년 내한 공연 당시 약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티켓 파워를 입증했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방탄소년단 등 국내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이뤄낸 '친한파' 밴드다. 이 시대 최고의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는 '더 에라스(The Eras)'를 진행 중이다. '더 에라스'는 스위프트 커리어 최대의 투어다. 이번 투어에는 많이 가보지 않았던 국가도 투어 일정에 포함하기로 한만큼, 두 번째 내한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컸다.

그러나 이들의 아시아 투어 일정에 한국은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연을 감당할 수 있는 마땅한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음악팬과 공연계의 중론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내년 2월 일본에서 4일간 공연을 연다(도쿄돔은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어 겨울에도 공연 진행이 가능하다). 콜드플레이 역시 오는 11월 일본 도쿄돔, 대만 가오슝 국립경기장 등에서 공연을 연다. 모두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펼쳐진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물론 서울에도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하 잠실주경기장)이 있다. 한국 공연 시장의 성지로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잠실주경기장이 리모델링 공사 착공에 돌입하면서 당분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노후화 때문이다. 

잠실주경기장은 1984년에 지어진 경기장인만큼 시설 노후화 문제가 지적되곤 했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가능한 수준으로 경기장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리모델링은 필연이다. 이 공사는 2026년 12월에 끝난다. 잠실주경기장이 실외 공연장인만큼, 실질적으로 잠실주경기장을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2027년 봄이다.

대형 콘서트에 대한 수요 높지만... 
 
 서울시가 구상 중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리모델링 후 모습.

서울시가 구상 중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리모델링 후 모습. ⓒ 서울특별시

 
그렇다면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다. 프로축구팀 FC서울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 경기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빅뱅, 지드래곤의 콘서트, 현대카드의 락 페스티벌 '시티 브레이크' 등이 열렸던 바 있다. 그러나 잠실주경기장만큼 공연이 자주 열리지는 않았다.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1일에는 시즌 도중 '잼버리 케이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의 개최가 갑자기 결정되면서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물론 축구장에서 공연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리버풀의 안필드 스타디움 등 여러 축구 경기장에서 팝 뮤지션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 비해 한국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열악하다.

기성용, 손흥민 등 현역 축구 선수가 여러 차례 지적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기장은 구단의 소유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시설물을 대여해서 쓰는 형태다. 즉 경기장의 관리 의무가 시설공단에 있다. 천연 잔디와 인조 잔디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서구권처럼 공연과 경기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카카오가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창동 아레나'를, CJ ENM이 경기도 고양시에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공연장을 짓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다. 그러나 이중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없다. 최근 블랙핑크의 콘서트를 비롯해 U2, 빌리 아일리시의 내한 공연이 펼쳐졌던 고척스카이돔은 2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단차로 인한 불편함, 열악한 음향 환경 등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실내 공연장인 케이스포돔(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은 쾌적한 시야를 자랑하지만 공연장 규모는 1만 5천 명 정도다. 스타디움급 투어의 공연을 펼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한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혹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등 타 지방의 공연장 역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산 킨텍스홀 역시 고육지책의 수단으로 떠올랐다. 오는 23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포스트 말론이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4홀과 5홀을 합쳐 3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예정이다.

그 어느때보다 케이팝이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많은 케이팝 팬이 한국을 찾는다. 정부와 기업, 언론 역시 '케이 컬쳐'의 위대함을 상찬한다. 코로나 이후 뮤직 페스티벌과 대형 콘서트에 대한 수요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공연장이 없다. 기본적인 인프라조차도 갖춰지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잠실주경기장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주경기장 잠실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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