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린 알로 파크스의 첫 내한 공연

7월 8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린 알로 파크스의 첫 내한 공연 ⓒ 이현파

 
지난 7월 8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알로 파크스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아직 한국 대중에게 알로 파크스는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이름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BBC는 그를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로 소개했고, 2021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2022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올리비아 로드리고, 키드 라로이 등 쟁쟁한 뮤지션과 함께 본상인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블랙핑크의 제니 등과 함께 브랜드 캘빈 클라인의 캠페인에 함께 하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지금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신예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발매된 정규 2집 < My Soft Machine >의 발매를 기념하는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신보의 첫 트랙 'Bruiseless'의 내레이션과 함께 등장한 그는 공연 내내 투어 밴드가 연주하는 그루비한 비트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공연 말미에는 직접 일렉 기타를 연주하면서 가장 뜨거운 열광을 자아내기도 했다. 속삭이는 목소리로 시작해, 폭발하는 '발산'으로 마무리된 공연이었다.

언어의 장벽 뚫고.. 음악이 할 수 있는 위로

 
 알로 파크스의 첫 내한 공연

알로 파크스의 첫 내한 공연 ⓒ 프라이빗커브

 

2000년생 알로 파크스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Z세대 아티스트다. 로파이(lo-fi)의 흐릿한 질감을 머금은 베드룸 팝부터 네오 소울, 트립합, 90년대풍 얼터너티브 록, 신스팝까지, 그는 특정한 장르의 문법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특유의 속삭이는 듯한 창법을 계속 고수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70여분의 라이브 공연 동안, 그의 목소리는 한 순간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음악을 애써 숨기지도 않았다. 'Eugene'을 부르기 전에는, 이 곡이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Weird Fishes'에 영향받아 만든 곡이라는 점을 겸손하게 설명했다. (알로 파크스는 과거 라디오헤드를 인생 최고의 밴드로 뽑았던 바 있다.)

장르 뿐만이 아니다. 뮤지션이자 시인인 알로 파크스는 하고 싶은 이야기 역시 다양했따. 그의 시선은 여러 순간에 머문다. 자기 내면의 불안, 사랑이 가진 치유의 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친구, 흑인이자 레즈비언인 본인의 자아 등이 그렇다. 그러나 결국 이 시선이 마지막으로 가 닿는 곳은 타인에 대한 헤아림이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혼자인 사람이든 이 공연장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가족이라 믿는다'는 멘트가 유독 다가왔던 이유다.

"You're not alone like you think you are.
We all have scars, I know it's hard. You're not alone, you're not alone

(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혼자가 아니야. 우리 모두 상처가 있지,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넌 혼자가 아니야)

 - 'Hope(알로 파크스)' 중


BBC 다큐멘터리 <알로 파크스 : 팬데믹 시대의 팝스타>에서 알로 파크스는 코로나 19 팬데믹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내 음악은 집단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며 아쉬워했다. 전세계가 팬데믹에 무력화된 가운데에도, 알로 파크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동료 아티스트와 교류하고, 온라인 공간을 통해 팬들과 연결되고자 했다.

그리고 기나긴 팬데믹이 끝났다. 그의 노래에 맞춰 관객들은 춤을 췄고, 코러스를 따라 부르며 아티스트와 눈빛을 나눴다. 알로 파크스의 강점인 가사를 모두 알아들을 순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음악의 집단적 경험'이라는 알로 파크스의 꿈은 지구 반대편 서울 마포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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