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 ⓒ 현대카드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9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17~18일 양일간 서울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 브루노 마스'를 통해 내한했다. 2014년 4월 열린 첫 내한 공연 이후 무려 9년 2개월 만이다. 첫 내한 공연 당시 1만 2000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이틀 동안 10만 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7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내한한 콜드플레이 이후 최대 규모의 내한 공연이다.

2010년대 가장 많은 빌보드 1위 곡을 보유한 남자 가수인 브루노 마스는 팬들의 기대치 이상을 보여 주었다. 첫 곡 '24k Magic'를 시작으로 'Versace On The Floor', 'Marry You', 'When I Was Your Man', 'Just The Way You Are', 'Uptown Funk' 등 팝송에 관심이 없더라도 들어보았을 법한 히트곡의 행진이 이어졌다.

브루노 마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래 솜씨는 물론, 제임스 브라운을 연상케 하는 춤솜씨, 기타와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모습 역시 보여 주었다. 이번 공연에 다녀온 한 관객은 이 공연을 두고 '마이클 잭슨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티스트와 관객에게 모두 행복한 여운을 남긴 공연이 끝났지만, 한편에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깃거리도 남아있다.

완벽한 공연, 그러나 전후의 잡음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Bruno Mars)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Bruno Mars) ⓒ 현대카드

 
첫 내한 공연에 이어 9년 만에 그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나는 이번 공연에 가지 못 했다. 팬데믹을 지나,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팝스타가 내한한 만큼 티켓팅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이틀 동안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예매처에 접속했다. 수많은 사람이 티켓팅에 도전했지만, 특히 티켓을 구매한 후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의 '리셀가'를 붙여 판매하는 암표상이 줄을 이었다. 공연기획사인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는 부정 거래로 확인된 티켓을 일제히 취소하기도 했지만, 암표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연 직전까지 많은 웃돈을 얹은 암표들이 거래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공연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재테크의 수단이 된다. 암표상에게 티켓을 사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새벽부터 현장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온라인상의 불법적인 암표 매매 행위를 처벌하는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때아닌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상식을 연상하게 할 만큼 많은 유명인이 발견되었다. 이틀 동안 현대차 정의선 회장, 지드래곤, 이수혁, 임영웅, 블랙핑크 제니, 르세라핌, 조세호, 박진영, 박효신, 이동휘, 잔나비, 김연경, 추성훈 등 많은 유명인이 공연장을 찾았다.

현대카드의 간판 문화 행사인 '슈퍼 콘서트'는 올해로 16년 째다. 슈퍼 콘서트 뿐 아니라 어느 공연에서든 초대권은 흔한 일이다. 초대권을 통해 공연을 방문한 유명인들이 지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논란은 공연의 초대권이 무대와 가장 가까운 '명당'인 그라운드석 앞쪽에 집중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여타 대형 내한 공연의 경우, 아티스트 초대석은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좌석에 배치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유독 그라운드 앞쪽에서 유명인이 많이 발견되었다. 무대와 가까운 그라운드석 쪽은 티켓팅 때 가장 과열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사실이 관객들에게 사전 공지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의뭉스러움을 남겼다.) '현대판 계급 사회'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주최사 현대카드 측에서는 "해당 좌석은 공연 시 통상적으로 아티스트가 직접 초청하는 가족, 친구, 뮤지션 등을 위한 초대권을 받은 연예인이 방문한 경우와 연예인 소속사에서 구매한 티켓에 해당된다"며 "현대카드가 별도 연예인을 초청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공연의 암표 문제가 심각했다는 사실 역시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영향을 미쳤다. 공연에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한 팬이 어느 때보다 많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심리적 괴리다. 보이그룹 갓세븐의 영재는 "본인이 직접 표를 샀고, 배송료와 수수료를 포함해 16만 2000원이었다"며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한 관객이 전해온 사연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3층 A석을 예매한 관객이 벽 때문에 무대와 전광판이 전혀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것이다. A석 다음 등급의 좌석인 시야제한석의 경우 무대나 전광판의 일부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이 관객이 앉은 자리는 시야제한석이 아니었다. 똑같은 돈을 내고도 아티스트의 공연을 아예 볼 수 없는 '벽 뷰'를 경험하게 된 것. 이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후, 해당 관객은 공연기획사로부터 환불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자 지난 2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광고와 더불어 행사에서도 셀럽(유명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은 현대카드 마케팅의 오래된 원칙 중의 하나"이며, "공연이란 아티스트, 기획사, 주최측 등 여러 낯선 참여자들이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일이고 매번 그 입장과 범위가 다르다 보니 놓치는 점이 있다"며 앞으로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틀 동안 훌륭한 공연을 마친 브루노 마스는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또 다시 9년을 넘기지 말고, 더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만나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 브루노 마스가 한국을 찾을 때는, 음악 외적인 것으로 팬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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