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붉은 고래>의 한장면
(주)영화사 빅
춘이 마을의 금기를 어긴 채 곤을 보살피며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서사의 굵직한 줄기다. 곤의 영혼을 들인 탓에 춘의 세계가 이런저런 어려움에 빠지고 홍수까지 겪게 되는 전개는 특히 뼈아프다. 곤을 지키고자 하는 춘의 선의가 주변의 다른 이들을 위협하고 나아가 자신의 세계 전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난은 춘에게 있어 일종의 업보로 여겨지고, 덕분에 춘이 치러내는 고통은 그만큼 절실한 바람이 되어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인간과 고래, 바다와 하늘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영화의 연출은 특히 인상적이다. 인간 세계의 바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물기둥이 되어 두 세계를 잇는 관문이 된다거나 비 오는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들의 모습 등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신선과 요괴의 면모가 한꺼번에 엿보이는 극 중 캐릭터들은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그것과도 닮았다. 여기에 윤회와 환생을 주요 모티브로 한 영화의 설정은 고래나 새, 고양이, 쥐 등 동물을 다루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상적으로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