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한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퍽 흥미로운 지점은 오랜 세월 지구에 존재해 온 트랜스포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영국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 마법사 멀린의 전설을 트랜스포머와의 우정으로 풀어낸 서사는 '최후의 기사'란 부제에 걸맞게 트랜스포머의 수호자적 면모를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여기에 주인공 케이드와 비비안이 각각 트랜스포머로부터 선택받은 새로운 기사, 그리고 트랜스포머와 인간 사이의 메신저였던 멀린의 후손이란 설정 또한 인상적이다. 아서 왕의 표식과 멀린의 지팡이를 통해 두 사람이 1600년 전 트랜스포머 기사들과 마주하는 후반부 전개는 영화의 정점이다.
자동차와 로봇을 오가는 트랜스포머들 사이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뉴페이스' 로봇들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이자벨라의 단짝이자 스쿠터 베스파를 모티브로 한 스퀵스, 그리고 에드먼드 버튼 경의 집사 역할을 하는 로봇 코그맨이 바로 이들이다. 특히 영국 신사이자 다혈질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닌 코그맨의 코믹 에피소드들은 화룡점정이다. 에드먼드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 케이드와 비비안 사이에서 그가 보이는 행동들은 일종의 서비스 컷으로서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한장면롯데엔터테인먼트
첫 편이 개봉한 지 10년, 벌써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가 선사하는 시각적 압도감은 명불허전이다. 넘쳐나는 액션 신들, 머무는 법 없이 줄곧 순식간에 넘어가는 컷들은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다. 모든 장면이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부분의 장면이 IMAX 3D 카메라로 촬영된 만큼 몰입감도 상당하다. 시리즈 사상 최고 액수를 기록한 2억 600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의 제작비가 밀도 높은 영화의 만듦새에 그대로 녹아든 셈이다.
하지만 이제 퍽 익숙한 '오락'으로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강점은 동시에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이 영화의 한계로도 작용한다. 세계 곳곳을 넘나드는 로케이션과 몰아치는 액션 신들은 거대하고 육중하지만,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장면들을 잇따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에는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이자벨라와 비비안, 디셉티콘과 TRF 등 다방면으로 펼쳐지는 주인공 케이드의 서사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채 겉도는 점은 일견 스토리 과잉으로도 비친다. 열두 명의 작가진이 라이터스 룸(Writer's Room)에 모여 함께 각본을 작업했다는 뒷이야기에서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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