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의 한장면
영화사 진진
아닌게 아니라 극 중 아스트리드는 중요한 순간마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관객을 섬뜩하게 한다. 처음은 임신 4개월 차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란 판정을 접했을 때, 두 번째는 초음파 촬영 중 태아의 심장에 구멍이 두 개나 나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 마지막 세 번째는 번민에 휩싸인 끝에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홀로 성당을 찾아가서다. 영화 속 표현대로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쉽고 판단해서도 안 되는" 문제 앞에 선 아스트리드의 속내는 그렇게 깊숙이 폐부를 찌른다. 이는 '벌어지기 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실제로 맞닥뜨린 이의 무력감과 고독이기도 하다.
영화가 의사의 입을 빌려 중절 수술을 건조하게 설명하는 지점들은 의미심장하다.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심장에 염화칼륨 주사를 놓아 호흡을 멎게 한 뒤 죽은 태아를 분만한다는 식이다. 장애아에 대한 출산과 낙태 사이에서 건조하고 냉정하게 이어지는 의사의 설명은 어떠한 가치 판단도 없이 이를 오롯이 아스트리드의 몫으로 남긴다. 산모는 죽은 태아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고 작별 인사를 한다거나, 사진과 발도장이 든 봉투를 받아 간직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낙태 이후 산모의 심리까지도 세심하게 짚어낸다.
▲<24주>의 한장면영화사 진진
태아의 장애가 단순히 아스트리드 개인의 고민을 넘어 가족 전체로까지 번져가는 전개는 뼈아프다. "어쩌면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말하는 남편 마커스는 아스트리드를 존중하면서도 조금씩 갈등을 유발하고, 장애아 부모가 되겠다는 딸을 걱정하는 아스트리드의 어머니 또한 날카롭게 그와 부딪친다. 여기에 동생이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거란 소식에 "그런 동생을 갖기 싫다"고 말하는 아들 넬레의 태도 또한 아릿하게 다가온다. 행복했던 이들 가족이 본의 아니게 서로에게 부담과 죄책감을 안기며 소통을 잃어가는 후반부는 사실적이면서도 울림이 크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올해 서른다섯 나이의 여성 감독 앤 조라 베라치드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건 낙태 찬반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그의 인터뷰는 영화가 지닌 관조성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내내 흔들리는 시선으로 아스트리드의 옆얼굴을 바라보는 와중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실제 태아를 비추는 카메라와도 결을 같이한다. 극영화로서 <24주>가 여느 다큐멘터리 못지않을 만큼 현실적이고도 본질적으로 낙태를 다뤄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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