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테이션
60분이 겨우 넘는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는 거창할 것 없이 소소하다. 이렇다 할 대단한 사건이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대신 영화가 집중하는 건 첫사랑에 빠진 인물 내면의 작은 파동이다. 히나는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인사해 주는 코유키에게 설레고, 고등학교에서 그와 다시 만나기 위해 오빠에게 특별 과외까지 부탁한다. 꿈꿔 온 이상형과 전혀 다른 그와 데이트 한 번 해보지도 않은 채 마음 앓이를 하는 히나의 모습은 그 '무방비함' 덕분에 예쁘게 다가온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면서도 멀어질까 두려워 속으로만 끙끙대는 히나는 사춘기 시절의 풋사랑을 그대로 대변한다.
'고백'을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미션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각기 다른 곳을 향하며 엇갈리는 인물들의 관계도는 퍽 흥미롭다. 히나가 코유키를 좋아하는 동안 코타로는 히나를 지켜보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우와 나츠키가 가까워지는 와중에 코유키 또한 나츠키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식이다. 얽히고설킨 채 상대방의 등 뒤를 향하는 인물들의 애정이 좀처럼 맞닿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엿보이는 개개인의 아릿한 감정선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그렇게 영화는 누군가를 향한 애정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인물 간 관계 속에서 누구 한 사람의 편에 서지 않는다. 다들 각자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고, 영화는 그들 하나하나의 속내를 세심하게 포착해 낸다. 히나의 짝사랑을 향한 응원이 어느새 모든 이들을 향해 확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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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을>은 주체를 넘어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첫사랑의 추억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이뤄졌든 이뤄지지 못했든 한 사람만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의 감정을 소환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기에 빛났던 나'와 '나를 좋아하기에 빛났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소중한 건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의 마음'이라고 역설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와중에 등장하는 스케치 스틸 컷들에 속절없이 마음이 데워진다면 아마 그런 지점에서일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했던 이 문구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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