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힘' 스틸컷
디스테이션
난민과 불법체류자 사이, 비극적일 수 있는 파힘 부자의 상황은 '좋은 사람들' 덕분에 온기를 형성한다. 임시로 머물게 된 난민보호소 직원은 둘이 프랑스에 살 수 있도록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파힘은 같은 난민 처치의 타국 아이들과 소통하며 천진함을 유지한다. 신경질적이고 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실뱅이 점점 파힘을 아들처럼 챙기고, 텃새를 부리던 체스 클럽 아이들 역시 파힘을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인다.
파힘이 불어를 익히고 프랑스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은 어린아이 특유의 포용력 덕분에 수월하다. 이에 반해 좀처럼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은 파힘에 있어 '가족'이란 울타리를 뼈아프게 조명한다. 엄마와 형제들을 데려오려는 계획이 틀어지고 아빠마저 강제 추방의 위기에 처하면서다. 그렇게 영화는 '체스 챔피언'을 향하는 파힘의 성장기와 나란히, 가족과 국가를 관통하는 '복지'에 방점을 찍는다.
▲영화 '파힘' 스틸컷디스테이션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체스 자체에 깊이 빠져들어가는 대신 '체스하는 아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연출이다. 특히 파힘의 클럽 동료(?)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매력적인 캐릭터로 굵직한 존재감을 형성한다. 12세 미만 부문 체스대회에서 맞붙고, 또 서로 응원하는 아이들이 감정을 숨기지 못해 내보이는 조금은 유치한 태도들은 퍽 사랑스러워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결국 '파힘'은 체스 영화라기보다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에 가깝다. 8살의 나이로 아빠와 프랑스에 온 방글라데시 소년이 프랑스 주니어 체스 챔피언이 되기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굵직한 전제 아래 재구성된 서사는 '실화 바탕'을 떠나 그 자체로 더없이 예쁘다. 흔해 빠진 수식어라도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좋은 영화라면 이래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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