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자신을 '펑크'라고 칭하는 이들에게 음악은 창작이기에 앞서 표현이다. 이들이 만들고 노래하는 곡들은 대단한 명작을 만들겠다는 욕구가 아니라 분출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가슴 속 응어리에서 탄생한다. 평상시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X발'이나 'X나' 따위의 육두문자가 빠지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들은 그때그때의 기분을 거의 아무런 여과 없이 표현하고, 이는 음악을 통해 가장 격렬하고도 효과적으로 발산된다.
일견 다큐멘터리 속 인물들의 삶은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청춘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단순히 딴따라이자 한량의 모습을 넘어 사회 운동으로까지 확대되는 지점은 의미심장하다. 대추리, 쌍용차,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와 농민 등 약자를 위해 싸우고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는 파인더스팟 기타리스트 심지훈의 모습은 특히 아릿하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입건돼 1000만 원이 넘는 벌금형에 처해진 그가 경찰서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은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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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이들을 거창한 대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으로 떠받드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영화 속 '펑크'들은 다만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참지 않을 뿐이다. 이런 그들의 분노 중 일부는 힙합 음악을 비하하거나 마이크로 자신의 이마를 '깨는' 등 과장된 태도로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인정받기 위해서 무대에 오르는 게 아니라, 부당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막무가내로 욕을 내지르는 셈이다. 이 와중에 밖에서 온갖 분노를 한껏 발산한 이들이 집 안의 부모 앞에서는 그저 골칫거리 아들로 여겨지는 장면들은 퍽 코믹스럽다. 펑크를 벗어난 그들의 모습은 여느 20대 청춘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노후 대책 없다>를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스컴레이드의 베이시스트 이동우다. 그는 촬영부터 연출, 편집,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과정을 홀로 해냈다. 마치 작곡, 작사에서 녹음과 홍보,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DIY로 진행하는 이들의 음악처럼 말이다. 조악한 퀄리티의 음향과 영상 속에서도 이들의 '펑크'에 진실성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제멋대로에 위태로운 일거수일투족이 그저 구제 불능에다 못 미더워 보이는 것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들이 나름 유의미한 공동체를 지켜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멀기만 한 노후의 안정을 위해 기꺼이 현실의 부당함을 감수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뭣도 없는 주제에 뭉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지르는 이들의 청춘이 훨씬 멋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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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