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윙방영 이후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선 드라마 속 대선후보의 포스터를 직접 제작해 공유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NBC
한국사회에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
전국적 화제가 된 사건은 대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언론이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공화당 비닉 후보가 해당 발전소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다. 원자력이 화석연료보다 경제적이며 안전한 에너지로 합리적 결정이었다는 비닉의 주장에도 민심이반은 가속화될 뿐이다. 언론은 연일 집중포화를 시작하고 원자력 발전소가 가진 잠재적 위협이 대선을 가름하는 결정타가 되리란 분석까지 나온다. 순조로운 승리가 예측되던 대선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로 뒤바뀌고 만다.
이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적 재난상황 가운데 명확한 책임을 자각하고 총책임자로서 위기에 대응하는 대통령 및 백악관 참모진과 연관 부서 관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과정이 한국의 현대사에 거듭돼 온 재난과 국가의 대응실패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초반부, 바틀렛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전화를 연결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릴 것을 명령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으로부터 확실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단 걸 이유로 주저하는 주지사에게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속도로에서 접촉사고 좀 생기는 게 암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이다. 정부 또한 연방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연방의 모든 관련 부서를 통제할 총책임자를 임명해야 하지 않느냐는 참모의 조언에 "내가 총책임자야"라는 답까지 내린다. 그는 이후 모든 상황을 직접 챙기며 어쩔 수 없는 실수와 그러나 선명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판에선 또 다른 사실이 쟁점이 된다. 비닉의 과거를 알게 된 산토스 진영에서 이를 선거에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처음엔 후보인 산토스와 선거전 총책인 조슈아 라이먼(브래들리 휘트포드 분)은 국가적 재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간 역풍을 맞게 된다는 데 뜻을 모은다. 도덕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은 판단을 하지 말자는 결의는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비닉의 문제는 상당한 기간 동안 언론에 알려지지 않고, 그의 지지율 또한 갈수록 상승세를 그렸기 때문이다. 조쉬는 이를 활용할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드라마는 그의 고민 앞에 시청자들을 세워 각자의 생각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