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손정우 사건과 N번방 사건으로 '다크웹'이란 단어는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다. 하지만 다크웹이 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더욱이 다크웹은 평범한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지난 4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http://인간 실격.DarkWeb' 편이 전파를 탔다. '너를 사랑해' 5편 격인 이날 방송에서는 다크웹에서 일어나는 성 착취 범죄를 대구대 사이버보안 연구실과 함께 분석하고 '너를 사랑해' 1편에서 나온 우쭈쭈의 재판 상황도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7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김도영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다크웹, 프로그램 하나 깔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시사기획 창>에서 아동 성착취 문제에 대해 다루셨잖아요. 방송 통해 나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은데.
"맞아요. 그 부분은 저희가 이 주제를 방송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제대로 된 정상적인 사고 하는 사람이면 이걸 정보로 삼아서 범죄 저지르지 않을 테고요. 대응 못 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다크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면 우리가 대비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서 이번 같은 경우에도 디스코드라는 메신저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어른들은 몰라요.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많이 쓰는 메신저 프로그램이거든요. 게임을 하면 아이들은 다 압니다. 어른 중에서도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 아마 아실 거예요. 근데 모르면 우리 아이가 게임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죠."

- 다크웹에서 일어나는 성 착취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다크웹이라는 단어 자체는 우리가 N번방 사태 겪으면서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그러나 다크웹은 어떤 건데라고 얘기를 하면 막상 잘 모르시거나 설명하기가 힘들거나 범죄가 일어나는 곳 아니냐는 정도밖에 인식 못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접속하기가 어렵지 않은데도 많은 분들에게는 특별한 분야로 생각하시는 거죠. 하지만 프로그램 하나 깔면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볼 수 있고, 또 저지를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다크웹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희 방송 보시면 교수님이 되게 상세하게 다크웹을 설명하세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메일 확인하고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는 건 인터넷 세상에서 일부 드러나 있는 부분이라면 다크웹 같은 경우 딥웹이라고 밑에 큰 부분이에요. 그중에서도 익명성이 강화돼 있고요. 좋게 말하면 보안이 유지되어 있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구글 같은 걸 통해 들어갈 수 없는 인터넷의 영역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대구대 사이버보안 연구실과 함께 한 건 어땠나요?
"대구대 사이버 보안연구실이 경찰청과 이런 사이버 수사에 관한 연구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교수님과 학생들이 이런 쪽에 관심이 많고 프로젝트도 진행한 적이 있고요. 제가 다크웹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을 찾다 보니까 우연히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말씀을 드렸는데 저희 방송 취지에 흔쾌히 동의해 주시고 또 같이하는 학생들도 이런 것들은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고 연구할 때보다 조금 더 나아가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뜻을 같이해줘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 녹화할 때 어땠나요?
"녹화할 때는 학생들이나 사이버 보안 연구실과 저만 있는 게 아니라 현장에 굉장히 많은 스태프들이 있잖아요. 이런 걸 처음 접하는 분들은 놀라셨죠. 저는 사전 취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것들이 미리 학습돼 있는 상태고 연구실 분들은 원래 이것들을 연구하면서 많이 봤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일이었어요."

- 아이템에 대해 공부하는 건 어땠나요?
"관련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에 논문도 뒤져보고요. N번방 사건 이후에 다크웹이라든지 사이버 수사에 대한 연구가 양적으로 훨씬 늘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참고할 논문도 많아졌어요. 법도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논문도 찾아보고 디지털 관련 교수님들에게 전화도 많이 돌렸겠죠. 그렇게 하고 나서 어떤 어떤 것들을 취재해야 겠다고 기획하는 거죠. 

보시면 다크 웹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가 나옵니다. 텔레그램도 나오고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까지 이번에는 나가봤거든요. 디스코드도 나오고 인스타그램도 나와요. 처음에는 다크 웹의 개념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취재를 하면서 영역이 늘어가게 된 거죠."

- 다크웹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게 있나요?
"정확한 인원을 알 수 없지만 한 정보보안 기업에서 다크웹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한국에서 하루 만 8천 명에서 만 9천 명이 이용한다고 집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하루 평균 227만 명이 다크웹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다크웹에서 불법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나요?
"불법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저희가 취재했고요. 그러나 다크웹이 불법을 저지르기 위해서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실제로 CNN 같은 데들도 다크웹에서 제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전쟁 중인 국가에서 일반적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을 때 이용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효과들이 있다고 봤는데 일단 저희가 주목한 부분이 워낙 안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주목을 해서 본 거고요. 다크웹을 선한 목적으로 이용한 사람도 있겠죠."

- 인스타에도 성 관련 게시물이 있나 봐요?
"인스타는 X보다 덜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아마 전체 빈도수로 보면 좀 덜한 건 맞습니다. 근데 인스타가 처음 생겼을 때 얘기고 지금은 인스타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방송에도 나오는데 인스타가 사진 올리는 스토리가 있고 영상이 올라가는 릴스가 있잖아요. 모자이크하게 한다는 등 걸러내는 자체적인 규제 정책들이 있어요. 근데 그게 아직 새로운 형식의 반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 인스타는 페북과 연결되잖아요 그럼, 페북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자꾸 어른들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오가는데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그냥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요. 페이스북에 뉴스 올려서 댓글 달고 논평하는 것처럼 인스타를 이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인스타는 인스타 자체대로 또 봐야 되죠."

"방송 통해 0.1이라도 나아지면 다행"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너를 사랑해' 1편에서 나온 우쭈쭈에 대한 현재 재판 상황도 나오던데 왜 넣은 거예요?
"당연히 넣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이 KBS의 위장 취재로 드러났고 저희가 고발해서 잡는 데 2년 걸렸어요. 그래서 '이런 사람이 있다'라고 하고 끝내면 무책임한 거라고 봤어요. 당연히 이후의 소식들을 전해드려야 되죠."

- 방송 끝부분에 배치할 수도 있을 텐데 중간에 내보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방송 보시면 우쭈쭈 앞부분이 인스타에서 만난 사람인 이 초등학생 아이에게 '메신저로 넘어가자 페이스북을 하고 싶다. 니 얼굴을 보고 싶다'라는 대화에서 끝이 나요. 거기에서 연결해서 '예전에 우리가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보여드리게 된 거예요."

- 피고인 변호인의 변론이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피고인 덕에 아이들이 조심하게 됐다는 거니까요.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을 최선 다해서 변호하는 거니까요. 제가 넌 틀린 말 했지 않냐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그 얘기를 들으시는 분들이 판단하시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듣고 기자님이 하시는 생각과 비슷한 생각들을 시청자들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재판 끝나고 나오는 우쭈쭈 만나셨는데 어땠나요?
"특별히 느낌은 없었어요. 제가 그렇다고 취재하는 기자 입장인데 흥분해서 소리를 지를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일했습니다. 만나서 이 사람이 어떤 짓을 저질렀다는 걸 스스로 알고는 있는지 또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하는지 들어본 거죠."

- 방송 보니 성 착취물을 마약으로 볼 건지 술로 볼 건지에 따라 대처가 다를 것 같은데 기자님 생각은 어때요?
"그 인터뷰가 굳이 들어간 이유가 굉장히 적절하게 비유하셨다고 봐서인데요. 따지고 보면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이것들을 가볍게 생각했던 것도 맞잖아요. 용어가 바뀌어온 것만 봐도 요즘은 많이 안 쓰는 꽃뱀이라는 말이나 음란물이라는 말도 성 착취물로 바뀌었잖아요. 이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13살짜리 아이와 성관계를 맺고 나서 '저 아이가 꽃뱀이라서 나를 꼬셨다'라고 얘기를 했을 때 '애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여 주는 사회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라는 사회는 분명히 다르잖아요."

-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 거래가 이뤄지는 것 같은데 왜일까요?
"텔레그램 정책 공지에 들어가 보시면 '이 대화는 어떠한 경우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거 아닐까요? 예를 들어서 카카오톡 메신저 같은 경우에는 번호 하나당 한 계정을 받잖아요. 근데 텔레그램은 3개정도 받을 수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거죠. 텔레그램이 만약 굉장히 규제가 심해지고 우리나라 수사기관에 범죄 수사는 협조 하겠다고 해서 자료도 잘 넘겨주면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겠죠."

- 딥페이크에 대해 실형보다 집행유예가 많은 거 같은데 양형기준 때문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양형 기준 자체가 낮다는 것보다 양형 기준안에서 구형이 나오고 판결이 나올 때 여러 가지 감경 요소들이 있잖아요. 감경 요소들이 적용되는 것 하고 판사 개개인의 판단 정상 참작을 해주는 판단 기준같은 것들이 있을 테고, 더 크게는 이 딥페이크물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죠. 사회 인식이 중요한 게 결국 개개인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잖아요. 예를 들어서 모든 사회가 '13살과 50살이 사랑하면 결혼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서 조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그걸 범죄화할 수 없잖아요. 그런 식으로 사회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고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딥페이크에 대한 판결도 달라지고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다크웹에 개인 성적표 같은 개인정보도 올라오는 거예요?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성적표가 나와요. 저희가 방송에서는 상세하게 드러낼 수가 없어서 성적표라고 나왔는데 학교, 반, 이름, 과목별 성적 이런 것들이 다 나오고요. 개인 정보도 이름부터 시작해서 가족관계, 출신 학교 등이 다 나오고요."

- 취재하며 느낀 건 뭘까요?
"이 시리즈와 관련된 취재들은 항상 이게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제가 이걸 한다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계속해 나가려고 해요. 뭔가 0.1이라도 나아지면 다행이죠."

- 취재했는데 못 담은 게 있을 것 같아요. 못 담은 것 중에 이야기할 만한 게 있을까요?
"다크웹에서 일종의 화장품 샘플 보여주는 것처럼 샘플 영상 보여주고 방송에 잠깐 언급되는데 텔레그램이나 세션이라는 메신저가 있거든요. 그 메신저로 구매 유도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방송에 나갈 수 없을 내용이에요. 이게 다크웹은 다크웹대로 텔레그램은 텔레그램대로 예전에 보여드린 것처럼 제페토는 제페토대로 이렇게 떼서 보면 한 개 한 개가 문제 되는데요. 결국은 범죄 자체를 놓고 사용되는 수단들로 하나씩 봐야 되거든요. 그냥 다크웹의 문제, 텔레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희는 아동이 메인 주제이기 때문에 아동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성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또 아동를 왜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는가부터 고민 시작해서 더 좀 깊이 고민을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언론에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와요. 이런 성 착취물 제작이라든지 아이에게 어떤 성적인 나쁜 짓을 했는데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 같은 걸 조금만 관심 있게 보시면 거의 매일 기사가 나옵니다. 근데도 우리는 내 이야기로 안 느끼는 거죠. 이 아이들은 내가 늙으면 받을 노후 연금 세금으로 낼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이 망가지면 내 미래가 같이 망가진다는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김도영 시사기획창 아동성취 다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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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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