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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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다른 그녀> 1회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8수생 이미진의 애환이다. 7급 공무원 2년+9급 공무원 2년+경찰 공무원 1년 반+법원 공무원 2년+환경직공무원 반년, 8번째 시험에 떨어진 그녀는 말한다. '맘놓고 쉬어본 적도 없었는데......', 시험을 잘 봐서 붙었건, 떨어졌던 그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의 마음가짐은 다 저 이미진의 한마디 같았을 것이다. 8수생 이미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20대를 보내는 모든 젊은이들의 맘이 저렇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이미진에게 계지웅 검사가 묻는다. 왜 공무원 시험이었냐고. 이미진은 답한다. 딱히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부모님이 원하셔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자신이 다른 건 못해도 '성실'하기에, 8수에 이르기까지 그저 꾸준히 해왔었다고. 안타까운 답변이다. 그리고 그 답이 또한 많은 젊은이들의 선택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이다.
대학을 선택하고, 사회에 나와 자신의 일을 선택할 때까지 과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 정해진 학력 시스템은 늘 '답정너'만을 가리켰고, 그 과정 속에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을 엄두도, 찾을 기회도 누리지 못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이미진은 그렇게 고지식하게 주어진 삶의 궤도에 충실하기만 한 젊은이의 좌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터널에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멈추지 않았고 돌아보지 않았고 쉬지 않고 걸어왔습니다.
중년이 되니 취업이 됐다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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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은지였던 이미진은 하루 아침에 이정은의 이미진이 되었다. 동안침도 맞아보려 하고, 성형외과도 찾아봤지만 그 어떤 과학기술도 이정은을 정은지로 만들 수는 없었다. 코가 빠지도록 낙담도 해보았지만, 출근을 독려하는 부모님께 아침에 해만 뜨면 이정은이 되는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감한 마음에 다리 난간에 섰던 그녀에게 운명처럼 휘말린 현수막, 시니어 인턴직 모집 공고문이었다.
8번째 시험에서 제아무리 어필해도 자기보다 어린 동명이인 이미진으로 인해 대놓고 무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이미진, 그래 내 인생에 한 번은 시험에 붙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니어 인턴직'에 응시한다.
최연소 응시자, 거기에 다리찢기가 가능한 유연성 만렙에, 영어, 중국어까지 능통한 능력자에, 다른 시니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간장 공장 공장장~' 하는 언어적 순발력까지, 공시생 8년 차가 되도록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심사위원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응시자 최고 득점을 얻으며 당당하게 시니어 인턴을 꿰어찼다. 그런데 그렇게 당당하게 꿰어찬 시니어 인턴직의 첫 임무라는 게 서한시 법원 청사 청소직이라니!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한 장면.JTBC
8수생의 공시생이 하루아침에 중년의 여성으로 변해 시니어 인턴직에 우수한 성적으로 드디어 취업을 하게 되어 법원 청소를 하게 된다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드라마는 낮과 밤이 다른 이미진을 설명해 낸다.
만년 공시생이었던 젊은 이미진이, 중년의 이미진이 되자 시니어 능력자가 된다. 그래도 사실은 본체는 젊은 이미진인지라 말끝마다 '쉣'과 '왓더헬'을 남발하지만 새로이 법원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온 전직 아이돌 고원(백서후 분)에게 염산을 뿌리는 스토커를 대걸레로 퇴치할 정도의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 젊은 본체와 나이든 외양의 언밸런스는 이미진이 이름을 빌린 임순의 능력치가 되는 것이다.
이모의 이름을 빌어 임순이 된 이미진, 드라마는 낮과 밤이 달라진 공시생의 에피소드를 서한지청으로 부임한 계지웅 검사가 파헤치는 묻혀졌던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 잇는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자존감마저 우물 안으로 빠져들었던 이미진은 임순이 되어 지난 8년 동안 그녀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갈고 닦았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해내며 자신만의 전성기를 펼쳐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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