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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데이팅 프로그램 <솔로지옥> 시즌 3이 지난 9일, 10화-11화를 끝으로 완결되었다. 보통 시즌제는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흥미가 떨어진다. 하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솔로지옥> 시즌 3은 전 시즌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기자주-<솔로지옥>은 '지옥도'라는 외딴 섬에서 펼쳐지는 솔로 남녀들의 데이팅 리얼리티쇼다. '지옥도'에서 탈출해, '천국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커플이 되어야 한다).

시즌 3의 성공적 마무리 소감과 제작 뒷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7일 서울 상암동에 있는 시작컴퍼니 사무실에서 <솔로지옥> 시즌 3을 연출한 김재원 PD를 만났다.

"시즌3, 남자 동료들이 재미있게 봤다고 반응" 
 
넷플릭스 '솔로지옥' 김재원 PD.
 넷플릭스 '솔로지옥' 김재원 PD.
ⓒ 김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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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9일 업로드된 <솔로지옥> 시즌 3이 11화를 끝으로 완결됐잖아요. 프로그램 마친 소회가 있을까요?

"보통 시즌제 프로그램이 3번 정도 이어지면 기세가 꺾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감사하게도 <솔로지옥> 같은 경우 시즌 3을 가장 재밌게 보셨다는 분들도 꽤 많았어요. 특히 시청층이 좀 더 넓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그전에는 여자 동료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면 이번 시즌은 남자 동료들이 재밌게 봤다고 연락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관희씨가 스포츠 스타라서 초반부터 관심도 많이 가져주신 것 같고요. 또 그분 캐릭터 워낙 독특하시니까 설렘보다는 재미 측면에서 남자분들도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시청층이 넓어진 시즌이란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 보통 시즌을 오래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솔로지옥>는 오히려 더 업그레이드된 거 같더라고요.

"저희가 시즌 3 준비하면서 가장 경계한 부분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자는 거였어요. 왜냐하면 출연자들도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 보고 올 거란 말이죠. 근데 그걸 보고 뭔가 혼자 상상도 하고 준비해 오면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출연자들에게 충격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아이디어가 섬을 두 개로 나눠서 각자 진행하고 핵심은 그 두 섬에 있는 출연자들이 다른 섬의 존재를 모르는 거죠. 심지어 첫날 천국도까지 갔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 섬 말고 다른 섬이 하나 더 있었고, 내가 그만큼 모르는 이성들이 더 있는 거잖아요. 거기서 오는 설렘도 좀 주고 싶었고요.

우리가 소위 '메기'라고 해서 중간에 새로운 사람을 투입하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초반에 섬을 2개로 나누면서 서로 다른 섬에 있는 출연자들이 '메기'가 되는 거예요. 즉 각각 입장에서 봤을 때 기존 출연자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출연자를 새로 만나는데 그가 불러오는 새로운 기운이 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주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길 바랐고 또 잘 작동한 것 같아서 너무 만족스러웠던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 지옥도를 두 개로 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사실 지난 시즌에도 그런 룰이 있긴 있었어요. 첫날 천국도를 갔던 커플은 다음에 또 천국도에 못 가요. 그 룰을 위한 물리적 장치가 지옥도 2개거든요. 지옥도가 2개가 되면서 첫날 천국도 간 커플을 무조건 (따로) 다른 섬으로 보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룰이 적용되는 거거든요."

- 왜 첫날부터 천국도를 보낸 거예요?

"일단 첫날 데이트를 안 하는 게 관습화됐어요. 그러니까 한국식 데이팅은 늘 처음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야 된다는 거죠. 근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지루하거든요. 연애 프로는 무조건 첫회는 재미없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런 걸 깨고 싶었어요. 시청자들 입장에서 전개가 빨라야 훨씬 더 몰입하기 좋으니까요. 어차피 첫날 데이트를 하든 둘째 날 하든 셋째 날 하든 결국 첫인상은 첫인상일 뿐이고 중간에 너무 많은 드라마들이 생겨서 최종 선택은 결국 각자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게 돼 있죠. 그렇기 때문에 언제 데이트를 시작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동안 너무 뻔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 같아서 이번에 우리는 과감하게 가보자고 생각한 것 같아요."

- 시즌 2 출연자였던 덱스씨가 이번엔 MC로 합류했어요. 덱스씨에게 기대했던 게 있었을 것 같은데.

"덱스씨가 시즌 2 끝나고 작년 한 해 동안 핫한 스타로 활동 하셨잖아요. 그럼에도 아직은 덱스씨가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기존의 MC들이 줄 수 없었던 게 있죠. 어쨌든 덱스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으니까 시야 자체가 훨씬 더 일반적인 시청자들 눈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 여성 출연자 대부분이 미인 대회 출신이라 논란이 좀 있었는데요. 

"저희가 미인대회 출신들을 뽑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매력만 놓고 봤을 때 미인대회 출신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도 궁금해서 왜 미인대회 출신이 많아졌을지 분석을 해봤어요. 미인대회와 <솔로지옥> 공통점이 매력 있는 분들이 나온다는 거고요. 두 번째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거침없는 분들이라는 거죠. 즉 대중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난 충분히 즐길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미인대회도 나가고 <솔로지옥>도 나가는 게 아닐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인대회 출신이 많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희는 오히려 미인대회 출신들로만 구성됐다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같긴 해요. 그럼에도 매력이 더 우선돼야 하다보니 우선 '매력'으로 가자고 했죠. 그리고 실제로도 여자 출연자들이 외모로 주목받았다기 보다는 각각의 개성이 너무 뚜렷하다는 평이 좀 많았던 거 같아요."

- 지옥도를 물색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이번에 지옥도 찾는 게 힘들긴 했거든요. '새로운 섬을 찾아야 된다'라는 미션이 있었죠. 그리고 천국도도 이번에는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일단 천국도를 제주도로 가자고 정해놓고 제주도에서 멀지 않은 전라도 쪽 섬들을 많이 탐색했던 것 같아요. 전라도에서 도움을 또 많이 주셔서 많은 섬을 돌아다니다가 서로 보이는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섬을 발견을 한 거예요. 처음에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어요. 거리가 있더라도 섬 두 개를 찾는다는 생각이었는데 두 개의 섬이 마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여기서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서로 다른 섬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게 보이면 더 충격적이잖아요. 그래서 그 섬을 발견하는 순간 무조건 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거죠."

- 지옥도 환경이 예전보다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맞아요. 왜냐면 섬도 작아졌고 제가 진짜 지옥처럼 한번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만들었거든요. 애초에 기획 의도가 천국과 지옥이라는 콘셉트이고 극명한 대비를 통해서 재미를 주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전 두 시즌 지옥도가 너무 좋았던 거죠. 사실 지옥이 아니라 약간은 천국 못지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처음에 기획했던 대로 지옥같이 가자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던 것 같습니다."

- (출연자) 핸드폰은 압수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인터넷을 쓰면 검색을 해볼 수가 있잖아요. 저희는 직업이나 나이 같은 걸 서로 비밀로 하는 게 콘셉트인데 예를 들면 이관희씨(농구선수) 같은 경우도 검색만 해보면, 키 나이 연봉까지 다 나와요. 다른 출연자 분들도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고 조금만 검색하면 다 나오죠. 그런 것들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핸드폰을 못 쓰게 한 거죠."

"농구 선수 이관희 거침없이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여, 그 점이 호응 얻어" 
 
<솔로지옥> 시즌 3의 한 장면
 <솔로지옥> 시즌 3의 한 장면
ⓒ 시작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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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지옥> 시즌 3의 한 장면
 <솔로지옥> 시즌 3의 한 장면
ⓒ 시작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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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3의 스타는 농구선수 이관희씨였던 것 같아요. 이관희씨의 활약을 예상하셨나요?

"분명히 큰 역할할 것이라는 건 예상을 했죠. 근데 예측했던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연애 프로 PD니까 일반적으로 출연자들이 하는 행동 양식을 예측하거든요. 어쨌든 다 초면이기도 하고 심지어 이게 이성 간의 관계다 보니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관희씨 같은 경우는 굉장히 거침없이 자기 페이스대로 하신 것 같아요. 다른 출연자들이 약간 놀랄 정도로요. 왜냐하면 다른 분들은 다 연애 프로라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관희씨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난 연애 프로 그런 거 몰라, 그냥 나는 나대로 할 거야'라는 식으로 하신 것 같아요. 우리가 봐왔던 익숙한 상황과 익숙한 대화들을 다 깨버리고 완전히 이관희라는 사람의 페이스대로 이 프로그램을 끌고 간 것 같아요. 근데 이번 시즌을 좋아하신 분들은 그 포인트를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관희씨가 활약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성격까지 바꿔버릴 줄은 몰랐죠."

- 시즌3 편집할 때 주안점 둔 부분이 있을까요?

"그냥 정말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충분히 재미와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장면 위주로 분량을 많이 넣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내려고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분들이고 팬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지루하다고 느끼시면 안 되잖아요. 지루할 틈 없이 정말 잘 요약해서 재밌는 거 위주로 전달해 드리려고 했어요."

- 시즌 4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시즌4가 확정됐어요. 시즌4를 할 수 있게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려요. 또 시즌 3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비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런 비판은 저희가 충분히 귀담아 듣고 있어요. 다음 시즌에는 조금 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또 재미와 설렘을 드리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태그:#김재원, #솔로지옥, #이관희,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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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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