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는 정체가 뭘까. 환상 속의 소녀일까, 현존하는 실체일까. 뉴진스를 해석하는 방식 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향수'이다. 현실에 없는 아련한 과거를, 그조차도 경험한 적 없는 어린 멤버들을 통해 재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가 그렇다. 1980, 1990년대 학생들이 마치 시골집을 찾아간 것처럼 연출한 영상을 보고 시청자들은 "가본 적 없는 할머니 별장이 생각난다", "살아본 적 없는 과거로 초대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뮤직비디오가 정교한 연출을 통해 노스탤지어를 구축했다고 평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영음 뮤직비디오 감독은 "콘티도, 정리된 스토리보드도 없이 촬영한 영상"이라며 "실제로 놀고 있는 멤버들을 담았고 그들에게 캠코더를 쥐어주었다. 어떤 진심은 가공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출인 줄 알았던 장면들이 사실 뉴진스의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들은 환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뉴진스야말로 진짜 소녀, 요즘 소녀의 세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사춘기 소녀의 미묘한 감정과 성장, 이를 재현하고자 그들의 뮤직비디오에는 이상한 저주가 걸려있다. 그건 뉴진스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이 별로란 점이다.
뉴진스의 세계에 '연애'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