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러블리즈
러블리즈울림엔터테인먼트
 
인기 걸그룹 러블리즈(베이비소울, 유지애, 진, 서지수, 이미주, 케이, 류수정, 정예인)도 결국 '아이돌 7년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러블리즈의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는 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와 러블리즈 멤버들의 전속 계약이 11월 16일 만료될 예정"이라며 "오랜 기간 심도 있는 논의와 숙고를 거쳐 러블리즈 멤버 유지애, 서지수, 이미주, Kei, JIN, 류수정, 정예인은 새로운 자리에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팀의 리더 베이비소울를 제외한 7인이 모두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면서 러블리즈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

​지난 2014년 11월 정규 1집 < Girls' Invasion >으로 데뷔한 러블리즈는 그동안 '캔디 젤리 러브', '안녕', '아츄', '종소리' 등 청순 발랄한 콘셉트를 앞세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8인조 그룹이었다. 지난 2015년 발표된 미니 1집 < Lovelyz 8 >의 타이틀 곡 '아츄'는 역주행 인기를 얻으며 팀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해다. 특히 윤상이 이끄는 프로듀싱팀 원피스와의 협업이나 원택, 탁, 고(故) 제이윤, 스윗튠, 심은지 등 실력파 프로듀서들과 손 잡고 발표했던 러블리즈의 음악들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코로나 영향? 2019년 이후 길어진 공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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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데뷔 시절의 러블리즈
2014년 데뷔 시절의 러블리즈울림엔터테인먼트
 
2016년을 제외하고 러블리즈는 거의 매년 평균 2장 이상의 앨범을 내며 쉼 없는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2019년 Mnet 예능 프로그램 <퀸덤> 출연 이후 러블리즈의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졌다. 멤버 케이와 류수정이 각각 솔로 음반을 발표하며 명맥을 이어 왔고 2020년 9월에는 미니 7집 < Unforgettable >을 내놓으며 모처럼 멤버 전원 활동도 했지만 이후 올해 11월 계약 만료에 이르는 동안 더이상의 러블리즈 팀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음반은 러블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재계약 불발 및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된데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달라진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며 착실하게 팀의 입지를 다져왔던 러블리즈는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간 활동이 국내 시장 중심으로 이뤄졌던 러블리즈로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운신의 폭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음반 판매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팬덤 규모가 타팀 대비 두텁지 못했던 점은 지난 2년간 러블리즈 팀 활동을 정지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청순 콘셉트 걸그룹 시대의 종말
 
 러블리즈 (2017년)
러블리즈 (2017년)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의 해체는 케이팝 걸그룹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던 '청순 콘셉트'의 종말을 의미한다. 1세대 S.E.S, 핑클을 비롯해 소녀시대, 에이핑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들은 대부분 청순한 콘셉트의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대중성을 키우고 그룹의 인기를 높인 이후 변화를 추구하는 게 보편적인 흐름처럼 굳어졌다. 러블리즈, 여자친구, 오마이걸 또한 이를 각 팀의 방식대로 수용하면서 착실하게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러블리즈는 변화의 기로에서 과감한 궤도 수정 대신 안정을 택하면서 데뷔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블랙핑크부터 최근의 에스파에 이르는 후발주자 걸그룹들은 대부분 강렬한 이미지를 앞세우며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국내보단 해외 팬들의 기호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 준다는 현실적인 기조 아래, 자연스럽게 청순 콘셉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올해 초 여자친구가 충격의 해체를 맞이했고 러블리즈마저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됐다. 이제 청순 이미지로 성공을 거뒀던 팀은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변신에 성공한 오마이걸 정도만 남게 되었다. 비록 러블리즈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지난 7년의 노고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각자의 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는 8명 멤버들의 앞날에 꽃길만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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