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신곡 'Dun Dun Dance'를 발표한 오마이걸
WM엔터테인먼트
라이언 전이 이름을 올린 음반, 노래들을 살펴보면 딱 듣는 순간 "이건 라이언 전이다"라는 확신과 더불어 장르적 다양성을 함께 귀로 체감할 수 있다. 창작자 특유의 색깔은 진하게 담아내면서도 고정된 틀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 분방함을 동시에 녹여낸다. 달리 말하면 복고(레트로)와 최신 감각(트렌디함)을 하나의 그릇에 고르게 담아 만드는 '음악 비빔밥'같은 효과를 음악팬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그 좋은 사례는 오마이걸과의 협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첫 정규 음반 < Fifth Season >의 수록곡 'Checkmate'로 첫 인연을 맺으면서 청순+몽환 콘셉트로 인식되던 이 팀에게 걸크러쉬라는 새로운 특징을 부여했다. 그 후 청량감 넘치는 '돌핀'(2020년),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겨낸 유아(오마이걸)의 '숲의 아이' 등으로 예측 불허의 변신을 꾀한다.
지난 10일 발표된 새 음반 < Dear OHMYGIRL >에선 아예 전곡을 프로듀싱하면서 라이언 전 사단의 능력치를 마음껏 뽐낸다. 1980년대 풍 디스코 또는 시티팝 분위기의 댄스로 타이틀 곡 'Dun Dun Dance'에 짙은 색깔을 뿌리는가 하면 수록곡에선 드림팝, 트랩 등 감상 위주의 장르를 과감히 오마이걸에게 장착시킨다.
불과 이틀 간격으로 공개된 우주소녀 더 블랙의 타이틀곡 'Easy'(12일 발매)에선 유닛 그룹만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곡 작업이 이뤄진다. 출렁이는 베이스 연주를 밑 바탕에 둔 반복적 리듬 전개는 화려한 군무 중심의 기존 소속팀의 이미지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이런 콘셉트도 가능하네"라는 의외성을 부여한다. 래퍼로만 각인되어온 그룹의 리더 엑시에겐 랩뿐만 아니라 상당한 비중의 보컬 임무를 부여하며 또 다른 능력치 발굴의 기회도 마련해준다.
"그냥 하는 노력 아닌 죽기 살기의 노력"
▲우주소녀 더 블랙의 신곡 'Easy'는 라이언 전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금이야 특급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는 라이언 전에게도 쉽지 않은 고생담이 존재한다.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직접 언급했던 것처럼 "경상도 사투리 심하게 쓰는 재미교포"가 만든 데모곡 한번 제대로 귀 기울여주던 사람, 회사는 전혀 없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외 음반사 A&R 담당자 한번 만나기 위해 여러 시간 건물 앞에서 기다려도 퇴짜 맞는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기회를 준 곳은 SM이었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많은 케이팝 팬들도 다 잘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별것 아닌 나도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그냥 하는 노력이 아니라 죽기 살기의 노력을 말하고 싶다"(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 중에서)
<프로듀스 101> 작곡가 자격으로 처음 TV 화면에 얼굴을 비치면서 조금씩 친숙해진 일명 "사자형"은 작곡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수시로 남긴다.
특정 작곡가 또는 프로듀싱팀이 주요 곡을 독식하는 인기 쏠림의 시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된 지 오래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각종 순위를 점령했던 작곡가들 상당수의 이름을 현재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케이팝 시장은 전쟁터와 다름 없는 환경으로 변모했다. 공동작업이 대세를 이루면서 다인원 중심 창작은 조금만 한눈을 팔게 되면 새 인물들들이 빈 자리를 속속 채우게 되는 빌미를 허용하곤 한다.
라이언 전 및 그의 협력자들이 케이팝 대세로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는 건 배고픔을 겪었던 무명 시절의 기억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 해 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수능 금지곡 '루시퍼' 부터 '셀러브리티', '돌핀' 등으로 이어진 명곡들의 대향연은 허투루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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