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린의 신보 '선물' 이미지를 형상화한 일러스트 아트 (성률 작품)
블루바이닐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그럴때마다'는 경쾌한 팝 사운드+여러 보컬리스트의 합작이라는 기존 버전의 틀에서 벗어나 피아노 하나의 소박한 편곡으로 180도 다른 방향을 설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 없이 다가오는 건 통통 튀던 멜로디와는 대비를 이뤘던, 위로의 정서를 담고 있던 원곡 가사의 의미를 잘 녹여내는 목소리 덕분이다.
검정치마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Antifreeze'(2010년)는 백예린과 프로듀서 구름의 손길을 거치면서 1990년대 풍 기타 팝 사운드로 변모한다. 그녀의 아버지를 비롯해서 음악 동료들의 후렴구 코러스가 덧붙여진 이 버전은 원작의 투박하고 불안한 감정을 잠시 뒷자리로 밀어냄과 동시에 마치 백예린의 원곡인 것 마냥 적합한 주인을 맞아 새 생명을 얻는다. 많은 팬들이 듣는 즉시 "왜 이 곡은 타이틀 곡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졌을 만큼 <선물> 속 6곡 중 가장 중독성 강한 매력을 뽐낸다.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왜? 날'은 지난 2007년 장기호(빛과 소금)가 KIO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트랙을 하이톤 보컬에 실어 재해석했다. 듣기엔 편하지만 굴곡 심한 멜로디로 인해 완급 조절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 노래 또한 음색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해낸다. 결코 따라하기 힘든 김종완의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계'(2006년 NELL 원곡), 일찌감치 백예린 마니아들의 필청곡이 되었던 '산책' 등은 음반의 제목처럼 그녀의 음악을 사랑했던 이들에겐 선물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모처럼의 우리말 가창... 음색 하나로 사로 잡는 마성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