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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2년째를 맞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투수 하준호(20)는 2군에서 1군 승격을 기다리고 있다. 4월 14일 1군에 올랐지만 12경기에 구원 등판해 7⅔이닝 동안 4안타 8볼넷 평균자책점 9.39의 부진한 성적을 내 5월 24일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하준호는 5월 31일 현재 2군에서 6경기에 등판해 7이닝 3안타 5볼넷 5삼진 4홀드 평균자책점 1.29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훌륭한 2군 기록과 나쁜 1군 기록이 대조를 이룬다.

1군 출전 기회는 조만간 다시 올 것으로 보인다. 구원 투수진에 약점이 있는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이 의식적으로 2군 선수들을 1군에 올려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하준호뿐만 아니라 허준혁, 김대우, 김이슬, 김사율, 김유신, 나승현, 오병일이 속속 기회를 잡았다.

6구의 추억

하준호에게 1군에 있던 40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등판은 5월 13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일 것이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볼만 내리 6개 던지고 강판당한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준호는 5-4로 살얼음판의 리드를 유지하던 8회초 무사 1,2루의 위기 상황에서 이정민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장 간판타자 양준혁이 들어서 있었다.

하준호의 표정은 무덤덤해 보였다. 하지만 속마음까지 그러진 않았던지 양준혁에게 볼만 4개를 던졌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경기 전 로이스터 감독은 "투수들이 볼넷을 너무 많이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점인 빠른 직구는 시속 140km도 넘지 못했고 슬라이더마저 제구가 되지 않아 매번 포수 최기문의 미트는 스트라이크존과 크게 벗어난 곳을 향했다. 양준혁의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가 되자 답답한 마음에 최기문은 마운드에 올라가 하준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상황에서 36살의 베테랑 포수가 투수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칭찬이나 질책, 두 가지 중 하나다. 최기문은 질책을 택했다.

"똑바로 안 던질 거냐. 계속 그렇게 던질 거면 마운드 내려가라."

하준호는 최기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러나 다음 타자 박한이에게도 내리 볼 2개를 던졌다. 로이스터 감독은 참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라 하준호의 엉덩이를 툭 쳤다. 투수 교체의 의미였다. 롯데의 오른쪽 외야 불펜에서는 이정훈이 달려왔다. 하준호는 고개를 떨군 채 더그아웃을 향했다. 동료들은 하준호의 등을 두드려줬다. 송승준은 하준호의 어깨를 주물러줬고 배장호는 경기가 끝나고 밥을 사주며 달랬다.

다음날 최기문에게 하준호를 다그친 이유를 물었다. 최기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하)준호가 타자와 싸우려는 의지가 없었어요. 그래서 격려보다 질책을 했습니다. 그럴수록 강하게 나가야죠. 투수들은 누구나 위기를 겪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위기를)헤쳐 나가는 법을 깨달아야죠."

하지만 하준호는 최기문의 질책에 오히려 주눅이 들었고 다음날 배장호에게 보기 좋게 혼이 났다. 배장호는 하준호를 향해 "투수가 항상 잘 던질 수는 없다. 안타를 맞을 수도 있고 볼넷을 내줄 수도 있다. 기분을 풀라고 어제 밥을 산 건데 계속 풀이 죽어 있을 거냐.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제구력 찾기

당시 마운드에 올랐던 하준호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준호는 "양준혁 선배와의 대결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불펜 투구는 괜찮았는데 실제로 마운드에 올라 심호흡을 하고 던졌지만 공에 전혀 힘이 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 성준 1군 투수 코치는 하준호의 부진을 두고 "준호가 배짱이 없는 투수는 아니다. 경험이 쌓이면 자연히 운영 능력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코치가 지적대로 하준호는 아직 프로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갓 입단한 신인은 아니지만 1군에서 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준호는 1군 기록이 없었고 2군에서도 많이 던지진 못했다. 2군에서 3연전을 치르면 김영수(KIA 타이거즈)가 2경기를 나서고 1경기를 김이슬과 하준호가 번갈아 나왔다.

지난해 2군 성적은 괜찮았다. 24경기에 구원 등판해 36이닝 동안 25안타 28삼진 2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5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하준호는 "2군에서는 그럭저럭 던질만 했다. 그러나 1군은 다르다. 타자들이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데다 분위기에 위축됐다. 관중들의 야유도 아직은 적응이 안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른 이유도 있다. 올 시즌 하준호는 투구폼을 바꾸면서 투구 밸런스를 잃어 제구력이 나빠졌다. 공을 던져도 힘이 실리지 않아 고민이다.

"좋았을 때의 투구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자신 있는 공을 던지기 어렵다. 힘이 100% 실리는 느낌이 아니다."

최기문뿐만 아니라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도 하준호와 배터리를 이뤄봤다. 강민호는 "준호가 아직 제구력이 좋지 못하다. 은근히 부담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라고 이야기 한다. 내 가슴팍으로만 던지라고 한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제구는 들쭉날쭉하기 마련이다. 하준호와 같이 제구가 되지 않는 젊은 투수들을 리드하는 요령에 대해 묻자 강민호는 "그럴 땐 솔직히 답이 없다. 체념하고 한복판으로 던지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가운데로 던진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롯데는 지난해 왼손 구원투수 발굴에 성공했다. 프로에서 9년째 뛰고 있는 강영식(28)이 그 주인공이다. 강영식은 지난해 64경기에 나와 56⅓이닝 동안 35안타 41삼진 13볼넷 6승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2.88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왼손 셋업맨으로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다.

그전까지 공만 빠른 왼손 투수였던 강영식은 마음을 편안히 먹으면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페르난도 아로요 롯데 1군 투수 코치는 강영식에게 "네 구위면 한 가운데로 던져도 안타를 맞지 않는다. 자신감을 잃지 마라"고 충고했다. 이 말을 들은 강영식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쓰면서 장점인 구위를 살리는 법을 깨달았다.

강영식의 뒤를 이을 만한 왼손 투수가 하준호다. 지난해 김이슬이 1군에서 20경기에 나오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40km대 초반에 그쳐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하준호는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40km대 중반으로 뛰어난 구위가 장점으로 꼽힌다. 잃어버린 구속은 회복하기 어렵지만 강영식과 같이 제구력은 나아질 수도 있다.

내년을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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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시절 하준호는 2007년 62회 청룡기대회 결승에 에이스로 나서 강릉고를 상대로 5-0의 리드를 지켰다. 당시 사령탑이던 이종운 경남고 감독은 "준호의 빠른 공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공이다. 173cm의 작은 키지만 높은 타점을 가지고 있어 작은 키를 보완한다"고 말했다.

이성득 <KNN> 해설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하준호의 선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봤다. 이위원은 "프로에서 선발 투수로 기회를 잡으면 성공할 수도 있는 재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구 구사도 더 나아질 조짐이 보인다. 성준 투수 코치는 "준호는 독특한 재주가 있다. 야구 센스가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다른 투수들의 투구폼과 변화구를 장점만 흡수해 거의 똑같이 따라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롯데 스카우트팀은 2008년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경남고 포수 장성우(19)를 지명했다. 187cm, 95kg의 큰 몸집과 고교 수준급인 타격 실력, 강한 어깨가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에이스이던 하준호는 자신의 공을 받아주던 동료 장성우가 롯데에 1차 지명되자 어느 구단이든 불러만 달라는 심정으로 신인 2차 지명 회의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롯데는 2차 1순위 지명에서 하준호를 지명했다. 하준호 자신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외의 선택이었다. 조성우 롯데 스카우트팀장은 "조금 빠른 지명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팀 사정상 왼손 구원 투수가 필요하고 구위가 뛰어난 하준호가 눈에 띄었다. 고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투수로 나왔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하준호는 고교 2학년 때 가끔 투수로 나섰지만 주로 외야수 겸 3번 타자로 출전했다.

하준호는 올 시즌을 1군 적응기로 여기고 있다. 하루 빨리 투구 밸런스를 잡아 자신 있게 공을 던지고 변화구를 다듬겠다는 생각이다. 하준호는 위력적인 직구와 빠른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앞으로는 2군에서 결정구로 쓰고 있는 체인지업을 더욱 갈고 닦아 1군에서도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조급해하지 않겠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경험을 쌓고 싶다. 내년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1군 중간 계투진에서 살아남아 감독님이 이기는 경기에 믿고 낼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 그러면 모두에게 인정받고 스스로도 보람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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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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