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주자 정수근 정수근이 사직구장의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 조만간 롯데로 복귀하면 다시 사직구장 1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게 된다.

▲ 1루 주자 정수근 정수근이 사직구장의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 조만간 롯데로 복귀하면 다시 사직구장 1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게 된다. ⓒ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정수근(32)이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월 12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무기한 실격 선수인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결정했다. 정수근의 1군 엔트리 등록은 후반기 시작 일인 7월 28일부터 가능하다. 롯데는 6월 3일 KBO에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요청했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 16일 새벽 만취 상태에서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경비원 등 2명을 폭행하고 경찰 지구대에 연행된 뒤에도 난동을 부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롯데 동료 선수들의 탄원서를 받고 정상을 참작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동종 범죄 전력이 2차례 있고 유명 프로야구선수로서 공인이라는 점까지 강조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그러나 동료 선수들로부터 선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고 징역형을 선고해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생명까지 끊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점 등을 종합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정수근은 가까스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게 됐지만 롯데와 계약을 새로 해야 한다. 프로야구선수 계약서 제29조 '규약 준수'에 의하면 선수와 구단은 야구 규약을 지킬 의무가 있고 제26조 '구단에 의한 계약 해지'에 의해 야구 규약을 위반한 선수는 총재의 승인을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정수근의 폭행 사건은 야구 규약 제14장 '유해 행위'에 의해 프로야구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로 간주된다.

롯데와 정수근 사이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도 의미가 없게 됐다. 롯데는 2003년 11월 25일 FA 정수근을 6년간 40억6000만 원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이 계약은 지금까지도 가장 긴 기간의 FA 계약으로 남아 있다.

야구 규약 제41조 '규제 선수'의 4항은 규약을 어긴 선수를 총재의 허가를 얻어 실격선수로 만들 수 있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수근이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을 받는 순간 FA 계약은 그 효력이 없어졌다. 소속 구단이 없어진 정수근은 이제 징계가 풀렸지만 야구 규약 제59조 '복귀해야 할 구단'에 의해 롯데가 아닌 다른 구단의 입단은 불가능하다.

정수근에게 '마지막 기회' 준 롯데의 고뇌

 정수근은 시즌 중반 폭행 사건에 연루되며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시즌 중반 폭행 사건에 연루돼 무기한 실격 선수가 된 정수근은 1년 만에 면죄부를 받았다. ⓒ 롯데 자이언츠

"너무 쉽게 징계를 해제하는 것이 아닌가요? 1년도 안돼서 해제를 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정 아무개, KBO 게시판)
"정수근 이번이 두 번째 무기한 실격이다. 무기한 실격이라는 징계를 아무데나 쓰니깐 이런 꼴을 보는 거다. 차라리 몇 년 정지 이런 말을 해라."(이 아무개, KBO 게시판)

이번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두고 야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징계 해제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여론보다 훨씬 더 많다. KBO 홈페이지 게시판은 징계 해제가 시기상조라는 팬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정수근으로부터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다짐을 받아 내지 못하고 롯데의 요청만으로 징계를 철회해 적지않은 논란거리를 남겼다.

조현봉 롯데 운영팀장은 징계 해제가 결정된 6월 12일 가진 전화 통화에서 "반대 여론이 부담스럽지만, (정)수근이가 장기간 야구를 쉬면서 반성하는 게 보였다"며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징계 해제 시기를 더 미룬다면 정수근의 야구 인생을 끊어 놓을 수도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조 팀장은 "팬들로부터 정수근의 복귀에 대해 꾸준히 문의했다"며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주장 조성환은 "야구 선수에게 야구를 쉬는 것만큼 무거운 징계는 없다. 수근이가 심한 잘못은 했지만 1년은 반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 나선다면 팬들께서도 용서를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도 "정수근이 복귀하면 언제라도 반갑게 맞아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수근은 지난 2004년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과 시비가 붙어 무기한 실격 선수 처분을 받고 21경기 만에 복귀한 전력이 있다. 그때에 비해 매우 긴 거의 1년을 쉬었고 FA 계약까지 해지돼 징계 수위가 얕다고만은 할 수 없다.

롯데는 조만간 정수근과 만나서 계약을 다시 할 예정이다. 정수근은 당분간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실전 감각을 익히게 된다. 1군 등록이 보장된 건 아니다. 롯데 1군 외야는 퇴출설이 흘러나오던 카림 가르시아가 최근 6경기에서 6안타(1홈런) 5타점으로 상승세에 있고 이인구와 박정준이 꾸준히 선전하고 있어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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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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