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고정리가 자연사박물관 최적지인 이유는?

[국토대장정 18] 9월 11일, 김문수 지사의 서명을 받다

등록 2012.09.12 09:46수정 2012.09.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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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준


피로가 쌓일 대로 쌓였다. 어깨까지 쌓인 피로는 온몸을 묵직하게 내리 누른다. 이제 3일 남았으니 조금만 참자면서 자신을 다독이지만 쉽지 않다. 피로하기만 하면 그래도 다행이다. 발에 잡힌 물집이 이제는 곪기까지 해서, 고통 지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저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지고 앉을 때마다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국토대장정 18일차를 맞이한 채인석 화성시장의 현재 상황이다. 채 시장은 오늘(9월 11일) 아침에도 출발에 앞서 병원에 들러야 했다.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오늘의 출발지인 수원 올림픽공원에 도착한 채 시장. 얼굴 표정이 어둡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양말을 신고, 운동화 끈을 조이고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 발을 보호한다고 양말을 두 켤레를 껴 신었더니 신발이 발을 너무 조이는 느낌이다. 불편해서 걸을 수가 없다. 채 시장은 얇은 양말 두 켤레를 다시 껴 신고 일어섰다.

걸음을 옮기는 채 시장은 약간 절룩거렸다. 발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가 오늘 걸어야 하는 거리는 21km. 그 역시 만만치 않은 거리. 채 시장은 한쪽 다리를 살짝 끄는 자세로 걸음을 옮겼다. 고통이 심해진 것에 반비례해서 걸음이 더뎌졌다.\

걷고 또 걷고 또 걷기만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서명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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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창룡문 앞을 지나는 채인석 화성시장 일행 ⓒ 최규석


수원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한 채 시장은 5km를 걸어 수원 지동주민센터 앞에서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려고 나온 화성시민 100여 명과 만났다. 이곳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안양 인덕원역 앞까지 거리는 16km. 3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더 걸릴 지도 모르겠다. 채 시장이 걷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으므로.

일단 걷기 시작하면 일종의 관성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걷고 또 걷고 또 걷기만 한다. 발이 아파서 가끔 발을 질질 끌기도 하지만, 그래도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수원 도심을 지나 안양으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더 먼 것처럼 느껴진다.

낮 12시 20분 즈음, 채 시장은 롯데마트 의왕점 앞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인덕원역을 2km 앞둔 지점이다. 채 시장이 이곳에서 오늘의 대장정 일정을 접은 것은 평택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1시 30분, 김문수 경기지사를 평택시 통복시장에서 만나 지지서명을 받을 예정이었다.


아픈 발을 이끌고 19km를 걸었다. 나머지 2km는 내일 몫으로 남겨둔 채 시장은 지원차량에 올랐다. 차량에 오른 채 시장은 서둘러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발에서 열이 나서 후끈거린다. 진통제를 맞았지만, 고통이 심하면 진통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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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깃발에 서명하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채인석 화성시장 ⓒ 최규석


오후 1시 40분, 평택시 통복시장에서 김문수 지사를 만난 채 시장은 국토대장정 깃발에 김 지사의 서명을 받았다.

"김 지사의 숙원사업이 국립자연사박물관 경기도 유치였다. 때문에 국립자연사박물관 화성 유치를 적극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 지사를 만나 지지 서명을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지사와 함께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운 채 시장은 다시 지원차량에 올라 화성시로 향했다. 오후 4시에 공룡알 화석지인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서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기원 시민결의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왜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최적지가 화성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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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 ⓒ 유혜준


나는 다른 지원차량을 타고 채 시장보다 30분 정도 먼저 고정리로 출발했다.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는 입구에 목재로 커다란 공룡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코스모스가 2차선 도로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서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긴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는 '공룡알 화석지 방문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그 건물 앞에는 넓디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고, 나무 테크가 그 사이에 길게 구불거리면서 놓여 있다. 데크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공룡알 화석지가 흩어져 있다.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는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되어 있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벌판을 보면서 비로소 채 시장이 왜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최적지가 화성시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 땅의 면적은 480만 평. 이런 부지가 '준비'되어 있으니 자신만만하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경쟁을 한다면 자연사박물관의 최적지로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가 꼽힐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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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복원모형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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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캐릭터 ⓒ 유혜준


공룡알 화석지 방문자센터 안에는 화성의 전곡항에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복원모형과 발견된 공룡뼈 화석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새의 부리 모양의 입을 가진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는 뭉툭한 꼬리가 특징이다. 초식 공룡이면서 물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성시에서는 이 공룡 캐릭터를 특화하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화성시는 오래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 앞에는 300여 명에 가까운 화성시민들이 피켓 등을 들고 몰려들어 있었다. 특히 송산면 주민들이 많이 참석했다고 누군가 귀띔한다. 오후 4시, 결의대회가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는 채인석 화성시장, 하만용 화성시의회의장, 고희선·이원욱 국회의원과 김홍성 화성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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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에 참가한 화성시민들 ⓒ 최규석


이번 결의대회는 채인석 화성시장과 화성시민들이 국립자연사박물관을 꼭 화성으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저녁식사는 박승권 회장네 자두 밭에서 했다. 국토대장정 첫날부터 대장정 깃발을 들고 채 시장과 함께 걸었던 박 회장이 화성시로 돌아온 기념으로 채 시장을 포함한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국토대장정이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아 무척이나 아쉽다"며 "남은 일정을 잘 마치고 꼭 자연사박물관이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유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늘밤도 채 시장은 화성시 진안동 마을회관에서 잔다. 숙박예정지는 안양시 관양동 마을회관이지만,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서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그대로 화성시에서 머물기로 했다. 아무래도 '우리 동네 마을회관'이 더 마음 편하게 묵을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이제 이틀만 잘 견디면 20일간의 국토대장정은 끝난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은 국토대장정. 내 다리도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다친 뒤에 상태가 괜찮으면 걷고, 아프면 지원차량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통증이 심해지더니 오늘은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이러다가 덧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워졌다.

결국 오후 일정을 마치고, 결의대회를 취재한 뒤 사강의 정형외과에 들렀다. 뼈에는 이상이 없고 왼쪽 무릎의 인대가 늘어난데 계속 걸어서 염증이 생겼다는 게 의사의 진단이었다.

"당분간 걷지 말고 물리치료를 받으라"는 의사의 처방. 물리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다니 나중에 국토대장정이 끝난 뒤에 받으란다. 주사를 한 방 맞았더니 통증이 사라졌다. 진통제였나 보다.

이틀만 잘 견디면 20일간의 국토대장정은 끝난다. 마지막 날은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꼭 같이 걸어야 하는데, 가능하겠지?
#채인석 #국토대장정 #화성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공룡알 화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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