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새벽 5시 걷기 이르다했더니 "그럼 4시부터"

[국토대장정 ⑦] 8월 31일, 출발시간이 더 당겨지다

등록 2012.09.01 09:49수정 2012.09.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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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7일차. 지원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채인석 화성시장. ⓒ 최규석


새벽 5시 출발도 이르다고 했더니, 오늘은 1시간 빠른 4시에 출발한단다. 허걱, 이러다가 아예 잠도 안자고 야간 행군을 하겠다고 나서겠다. 채인석 화성시장이 그렇지 않아도 빠른 출발시간을 1시간 더 당긴 이유는 태풍 볼라벤 때문에 화성시로 돌아가 피해상황을 챙기느라 어쩔 수 없이 빼먹은 하루치를 채우기 위해서다.

국토대장정 7일차인 오늘(31일), 걸을 예정인 거리는 장성역부터 정읍시 입암면 접지리 마을회관까지 32km.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닌데 채 시장은 32km를 오전 11시까지 다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후에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1시간을 당겨서 출발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말을 하면 실천을 하는 사람이 바로 채인석 시장이다. 그래서 솔직히 같이 걷는 입장에서 괴롭다. 잠자는 시간이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 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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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석 화성시장 ⓒ 유혜준

어젯밤 숙박지였던 장성군 장성읍 수산리 마을회관에는 채 시장을 응원하기 위해 화성시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그제 밤을 일행들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꼴딱 새운 채 시장이 어제도 그제와 마찬가지로 잠을 설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채 시장의 체력이 아무리 짱짱하다고 해도 제대로 잠을 못 잔다면 체력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고, 피로가 누적되면 걸음이 더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발시간도 1시간이 앞당겨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는 기사를 쓰고 사진을 정리해야 하겠다며 재빨리 마을회관을 벗어나 장성읍내의 모텔을 찾아갔다. 한 사람이라도 빠져 주어야 마을회관이 조용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채 시장도 모텔을 숙소로 정한다면 다른 때보다 편안한 하룻밤이 될 수 있겠지만, 그는 이번 국토대장정에서 철저하게 편안함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마을회관을 벗어나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들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밤 11시에 채 시장은 마을회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지원차량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채 시장은 새벽에 장성역에서 만난 내게 말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자는 잠이 편안하면 얼마나 편안할까. 어차피 집 떠나면 개고생인 거야 그나 나나 마찬가지인 것을.


새벽 3시 10분, 알람이 울렸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고 누웠으나, 쉬이 잠이 오지않아 자정이 넘게까지 뒤척였다. 모텔 방에서 홀로 자는 밤, 집 떠난 나그네가 쉽게 잠을 이루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닐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새벽 3시 10분, 알람소리를 듣고 부스스 일어나 대충 씻고, 짐을 꾸렸다. 날마다 배낭을 꾸렸다 풀었다 다시 꾸리기를 반복하는 생활이 벌써 여드레째다. 날이 갈수록 짐을 꾸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새벽 3시 55분에 도착한 장성역은 역 입간판이 어둠 속에서 이정표인양 빛나고 있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 으스스한 한기마저 느껴졌다. 어제 쏟아진 폭우 탓에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일까? 바람막이 점퍼를 찾아 입었다. 짙게 깔린 어둠을 뚫고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출발인원이 늘었다. 스무 명 남짓이 준비체조에 참여했다.

서울과 가까워질수록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 소문이 빠른 속도로 화성시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시 인근에 이르면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채 시장은 예상하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 채 시장은 오늘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면서 첫걸음을 떼어놓았다. 이른 새벽 열차를 타려고 장성역 광장으로 들어서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빼고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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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인 갈재 정상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 일행들. ⓒ 최규석


백양사역으로 가는 734번 국도로 들어선 채 시장 일행은 오늘은 걷는 속도를 늦출 참이었지만 막상 걸음을 떼기 시작하자 속도가 저절로 빨라졌다. 조금 천천히 걸읍시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발소리에 묻혔다. 저벅저벅, 새벽어둠을 뚫고 무리지어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새벽빛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 오늘은 새벽별 보기 운동까지 겸하는구나. 별이 쏟아질 것처럼 초롱거리는 것을 보니 날이 맑을 모양이다. 길은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채 시장은 오늘도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지금까지 체력으로 버텼다면 앞으로는 자신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참이다. 습관처럼 발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프지만 견딜 만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시 반에 장성역을 출발한 채 시장 일행은 7시 20분경 백양사 역 앞에 도착했다. 17km남짓 걸었다. 시속 6km 수준이다. 여전히 마음이 급하구나, 싶었다. 아침 햇살에 드러난 채 시장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힘든 걸음이었을 텐데 채 시장과 함께 걸었던 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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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아파요... 그래도 웃어요. ⓒ 최규석


국토대장정 첫날부터 줄곧 대장정 기를 들고 채 시장과 함께 보조를 맞춰온 박승권 화성시송산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이제는 즐기면서 걷게 되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백양사 역 부근 식당에서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 걸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코스인 갈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갈재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 길. 많이 걸어본 사람은 오르막길이 힘들지만 내리막길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는 것을 안다.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걸음이 저절로 빨라지면서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갈재 정상에 올라 숨을 헐떡이면서 쉴 줄 알았던 채 시장은 걸음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갈재를 내려가서 만난 첫 마을의 정자에서 쉬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확실히 기온이 내려갔다. 서늘한 기운을 잔뜩 품은 바람이 이마에 송송 맺힌 땀을 식혀준다.

11시 20분경, 입암면 접지리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 채 시장은 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지원차량에 올라타고 김제로 향했다. 이건식 김제시장을 만나 국토대장정의 의의와 의미를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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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서명을 하는 이건식 김제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 ⓒ 최규석


김제시 역시 이번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수해를 입었다. 채 시장을 만난 이건식 시장은 수해현장을 돌아보고 왔다면서 이번 수해로 인해 과수농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낙과들을 제값의 1/3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사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오늘은 화성시 송산면 주민들이 김제버스터미널에서 자연사박물관 유치 관련 서명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이들은 농악대와 함께 와 거리에서 신나는 사물놀이 한 판을 벌이면서 김제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송산면 주민은 "김제시민들이 예상 외로 서명을 많이 해줬다"고 설명했다.

송산면 주민들을 만나 국토대장정의 의미와 성과에 대한 설명을 한 채 시장은 송하진 전주시장을 만나기 위해 전주로 향했다.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거치는 인근 시·군의 자치단체장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일정도 걷는 것 못지않게 상당한 강행군임은 분명하다. 지원차량에 올라타고 이동하다보니 졸음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고개를 가눌 수 없을 지경이다.

오늘밤, 채 시장 일행이 머무는 숙소는 정읍시 입암면 접지리 마을회관. 그 앞에는 수령이 60년이 넘었다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든든하게 서 있다. 나무 아래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온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 안도감이 찾아든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에 안민석(경기도 오산·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채인석 시장을 격려·지지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그들이 마을회관에서 나누는 정담이 어둠과 함께 깊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아직은 더 많이 남았다. 이 밤 역시, 522km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잠들어야 한다.
#채인석 #화성시장 #국토대장정 #마을회관 #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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