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장 자크 아노가 연출하고 제인 마치와 양가휘가 주연한 <연인(L'Amant)>은 원작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동명 소설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작품이다. 프랑스 문단에서 확고한 입지를 지닌 뒤라스가 이 소설을 발표한 게 작가의 노년에 해당하는 1984년이고, 영화로 만들어진 게 1992년이다. 영화가 나오고 4년 뒤에 뒤라스가 세상을 떠났다.
소설 <연인>의 최초 표지는 글자만으로 단순했지만, 1985년판에 뒤라스의 어린 시절 사진이 들어갔고, 영화가 나온 뒤에는 주연 배우 제인 마치의 얼굴이 들어갔다. 작가의 삶과 소설이 혼융하고 이어 영화와 소설이 합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뒤라스는 '누보로망'의 대표 작가여서 소설 <연인>에 시제와 시점의 뒤섞임이 나타나고 비선형적인 구성이 관철되어 다소 난해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영화는 소설의 플롯을 선형적 시간 흐름과 1인칭 화자의 전통적인 플래시백으로 바꾸어서 관객의 접근성을 강화했다. 영화가 시작하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노작가의 플래시백이 시작되는 시점에 카메라는 작가 책상 위의 사진을 비춘다. 관객은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1985년판 표지에 들어간 어릴 적 뒤라스의 사진이다. 원작자에 대한 존경의 표시와 감독의 유머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랑을 사랑하다
사랑에 관한 영화이긴 한데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사랑이 영화를 채운다. 우선 정신분석학에서 좋아할 만한 전형적인 관계가 영화와,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뒤라스의 삶에서 펼쳐진다. 아버지의 부재는 기본값이자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다.
모녀 관계에서 모성의 부재가 눈에 띈다. 모성이 없는 게 아니라 딸에 대해서만 그렇다. 아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큰아들에 대해서는 뜨거운 모성이 확인된다. 어머니와 장자 간에는 연인 사이를 방불케 할 긴밀한 사랑이 목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