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타겟
CJ엔터테인머트
적이 기존 액션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민간군사기업(PMC)이다. 거악에 맞선 영웅적 개인의 싸움을 그릴 때 보통 거악이 자본, 군대, 경찰, 마피아 등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린 익숙한 조직이기 마련이다. <더블 타겟>은 실체가 숨겨진 조직을 적으로 설정했다. 미국 정치권과 군부가 자본과 기묘한 방식으로 합체한 PMC의 폐해와 부패를 폭로한다. 주인공이 맞서 싸우는 대상은 군사적 능력을 갖춘 실재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정치 권력 및 자본과 결탁해 부도덕한 방식으로 선하지 않는 목적을 달성하려 든다.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사회성이 강한 영화가 아닌 만큼 폭로가 목적인지는 불확실하다.
현실과 영화 사이의 괴리는 있다. 영화가 묘사한 유착 관계는 극화의 과정에서 비교적 선명한 실체로 표현됐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관계나 음모는 더 은밀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된 영화 속의 악당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지목하기 힘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복수가 어려워지고 영화화도 물 건너 간다.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영화에서처럼 개인의 악의가 주요 동인이 되기보다는, 현실에선 인체 면역시스템의 고장처럼 시스템 자체가 문제일 공산이 크다.
다만 우려스러운 지점은, 철저하게 정치적 선택이어야 하고 민주주의 통치 아래서 작동해야 할 군사 행위가 공식적인 시스템 바깥에서 결정돼 이행된다는 사실이다. 본 시스템 바깥에서 본 시스템을 보조하는 또 다른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본 시스템처럼 기능하며 민주주의를 무력화할 수 있다. 영화는 시스템 바깥의 개인이 시스템 바깥의 별개 시스템을 바로잡는 식으로 스토리라인을 짰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츠에 따르면 2024년 세계 PMC 시장 규모는 약 2210억 달러로, 2032년이면 약 32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의 무대인 북미 지역이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데, 미국의 천문학적 국방비 지출과 민간군사기업의 기술적 우수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액션과 로맨스
<더블 타겟>에서 로맨스는 중심 요소가 아니다. 주인공 밥 리 스웨거와 여주인공 사라(케이트 마라)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섞임이 존재하지만, 플롯을 지배하지 않는다. 로맨스가 액션과 긴밀하게 연결되기보다는, 주로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거나, 캐릭터의 동기를 보강하는 역할에 머문다.
사라와 밥 리의 관계를 로맨스 이상으로 볼 수도 있다. 복수와 정의를 추구하며 도덕적 기준을 무시하는 밥 리의 행위를 일견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라의 존재는 밥 리의 외로운 싸움에 정서적 깊이를 더하며, 행동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밥 리의 복수 서사에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로맨스가 종국에 결실을 보는 장면에서 남녀의 세계관이 합체한다.
저격수란 설정
▲더블 타겟CJ엔터테인머트
<더블 타겟>의 큰 재미의 하나는 밥 리가 펼치는 전략적이고 치밀한 액션 장면이다. 총격전이나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지만, 뛰어난 저격수의 능력을 활용해 철저히 계획된 복수극을 전개한다.
영화는 현실성에 기반하다가도 할리우드식의 과장된 액션을 과감히 들여온다. 무협지 스타일의 황당한 액션은 영화 전개상 필요한 클리셰로 판단해야 하지 싶다. 밥 리의 저격 장면들이 사실적으로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 악당들을 처단하는 방법은 극적인 과장을 결합해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일종의 균형은 액션 영화 팬을 의식한 필수 아이템인 셈이다. 전략적 액션, 음모와 반전, 캐릭터의 입체성,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 등이 영화의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원제 'Shooter'는 주인공 밥 리 스웨거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의 저격수로서의 정체성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한국어 제목 '더블 타겟'은 주인공뿐 아니라 그가 속한 상황과 그를 둘러싼 음모에 더 유의한다. 또한 주인공이 단순히 사격자에 머물지 않고 타깃이 되는 이중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원제를 그대로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제의 의미를 살리며 영화 내용을 담아내는 두 가지 목적을 겨냥한 작명이다.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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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미술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