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많은 영화제를 다녔지만,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영화제의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한 적은 없다고 봐야 옳을 듯하다. 어쩌다 하루 이틀 상영이 전부인 지역의 작은 영화제를 들른 일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획전 수준의 영화제였던 탓이다.
무주산골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 내내 지역에 머문 일이 있기도 하였으나 이 또한 영화제를 즐겼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지역을 찾은 김에 하루이틀만 영화제에서 보내고 남은 날은 캠핑장에서, 또 산자락에서, 아니면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며 지냈던 것이다.
그러니 올해 봄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내게 특별할 밖에 없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영화제 전일을 전주에서 보냈던 때문이다. 올해는 영화제 기간 치곤 이례적으로 이런저런 잡지에서 글을 써달란 청탁 또한 전혀 잡지 못하고 방문하였다. 한없이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한 명의 영화팬으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찾은 자리였다 할 수 있겠다.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의 시간이 전주에서 주어졌다. 본래 영화를 보는 틈틈이 소설이며 출판할 글의 원고를 매만지다 오면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였으니 그건 여행지에서 현지 사람들과 사귀고 싶다는 오지랖의 발동이자, 좋은 이를 알아채어 사귀려는 본능의 발현이라 보아야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