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화가는 누구일까. 신라시대의 인물 솔거다. 그 이전에도 벽화 등 수많은 미술 작품이 남아 있지만, 기록에 제 이름을 남긴 화가는 솔거가 처음이다. 고려시대 <삼국사기>엔 '솔거열전'이 실렸고, 조선시대 역사서 <동국통감>에도 황룡사 완성 뒤 솔거가 벽에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남아 있는 것이다.
솔거는 그림 실력이 걸출했던가 보다. 황룡사가 완공된 뒤 그가 담에 그린 소나무 그림 앞엔 수시로 새들이 날아와 벽에 부닥쳐 죽은 사체가 있었다고 전한다. 시간이 흘러 벽에 그려진 그림의 색이 발하였지만 새들은 여전히 계속 벽에 부닥쳐 떨어지길 반복하였다. 그러나 후에 어떤 승려가 색을 새로 칠하니 그로부터 새들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게 이 설화의 완성이다.
이 이야기에서 새들이 벽에 부닥쳐 떨어져 죽은 이야기는 솔거라는 화가의 솜씨를 추켜세우는 요소로써 기능한다. 훗날 다른 승려가 색을 다시 칠한 뒤 새가 찾아오지 않은 건 솔거와 평범한 화공의 대비, 즉 앞의 이는 빼어나고 뒤의 이는 못하단 사실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