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크닝>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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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휴대전화가 충전되었는지 확인해라", "버려진 집에 들어가지 마라", "지하실에 내려가지 마라", 마지막으로 "흑인은 가장 먼저 죽는다".
과거 호러(특히 슬래셔) 영화에서 흑인 캐릭터는 처음 죽거나 혹은 순서가 밀릴지언정 어떤 식으로든 생존할 수 없다는 건 하나의 관습에 가까웠다. <샤이닝>(1980)의 딕 홀로랜(스캣맨 크로더스 분), <스크림 2>(1997)의 모린(제이다 핀켓 스미스 분), <딥 블루 씨>(1999)의 러셀 프랭클린(사무엘 L. 잭슨)은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소비된 흑인 캐릭터의 대표적인 사례다. 장르 영화에서 흑인 캐릭터를 어떻게 묘사했는지를 보여주는 불균형의 증거는 <무서운 영화>(2000)의 한 장면이 가볍게, 다큐멘터리 <호러 느와르: 어 히스토리 오브 블랙 호러>(2019)가 깊이 다룬 바 있다. 분명 <겟 아웃>(2017)이 나오기 전까지 할리우드의 호러 장르는 흑인, 나아가 유색인종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영화 <블래크닝>(2022)은 슬래셔 영화의 원전인 <블러드 베이>(1971)가 원형을 확립한 이래 <13일의 금요일> 시리즈가 발전시킨 '숲속의 외딴 곳으로 여행을 떠난 젊은이들이 사악한 살인마를 우연히 만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삼았다.
그런데 <블래크닝>은 이전 호러 영화와 달리 등장인물을 모두 '흑인'으로 만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겟 아웃>과 마찬가지로 유색인종이 먼저 죽는다는 장르의 관습을 깨부순 발상이자 호러 장르를 흑인의 관점으로 다루겠다는 선언이다. 연출은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2002), <판타스틱 4>(2005), <라이드 어롱>(2014), <샤프트>(2019), <톰과 제리>(2021)을 연출한 바 있는 흑인 감독 팀 스토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