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문> 스틸 이미지
CJ ENM
시작은 <미녀는 괴로워>(2006)였다. <오! 브라더스>(2003)로 데뷔한 김용화 감독은 매번 새로운 볼거리에 천착하는 경향이 짙었다. <미녀는 괴로워>는 김아중의 특수 분장을 앞세웠지만 관객들을 매료시키건 매혹적이고 매끄러운 콘서트 장면이었다. 김아중의 주제곡과 함께 흥행에 성공한 <미녀를 괴로워>를 '호감형' 영화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이후 규모가 점점 커졌다. <국가대표>(2009)는 그 이전 한국영화에서 단 한 번도 접해 볼 수 없었던 스키 점프 종목의 광활하고 탁 트인 시야를 경험케 해 줬다. <미스터 고>(2013)의 실패는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천만을 동원한 <신과 함께> 시리즈의 반면교사가 돼줬다. <미스터 고>의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은 <신과 함께>의 지옥 체험과 공룡들의 전초전이었다. 이를 위해 김용화 감독은 덱스터 스튜디오를 직접 설립했을 정도다.
"촬영 감독이라면 한 번쯤 꿈꿔왔던 장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는 <더 문> 김영호 촬영감독의 말마따나 SF 장르는 아마도 비주얼리스트로서 김용화 감독이 목표로 삼기 충분한 종착지였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 궁금증이 증폭돼왔다. <더 문>이 앞서 <승리호>가 절반의 성공 거둔 한국 SF 장르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지 말이다.
달세계에 착륙한 한국인 우주인 <더 문>의 제작 소식이 들려온 이후 우려 반 기대 반의 반응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안심 수준이 아니다. 기존 한국영화의 비주얼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 SF 시리즈가 부러워한다고 해도 크게 과장이 아닐 정도다. <더 문>의 제작비는 동종 장르 할리우드 영화의 1/5 수준이다. 한국 콘텐츠 특유의 가성비가 극대화됐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러고 보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기술력 아래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김용화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29년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달 탐사선 우리호에 홀로 남은 대원을 귀환시키기 위해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더 문>의 이야기 역시 먼 미래 얘기라 치부하지 않을 수 있는 시점인 아닌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신과 함께>로 테스트를 마친 김용화 감독은 그보다 진일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황선우 대원(도경수)의 달 탐사 여정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VFX와 촬영, 사운드, 편집 등 관련 분야의 기술력을 쏟아부었고, 딱히 가성비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을 만큼 <더 문>의 비주얼은 예상치를 뛰어넘는다.
철저하게 과학적 고증을 거쳤다는 설정들은 위화감이 없다. 일정정도 우연성에 기반하지만 그렇지 않은 SF 영화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일반 관객들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설정도 없다. 이를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컷들도 낭비가 없다. 수십 년간 수많은 SF 장르의 레퍼런스들을 체험해 왔다고 하더라도 <더 문>의 비주얼과 완성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사체 하나부터 한 땀 한 땀 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면 그만큼 전반적인 퀄리티도 함께 상승한다. 옷이 됐든 미술 소품 하나가 됐든 실제 제작해서 VFX와 컬래버레이션을 하자는 차원이었다"는 김용화 감독의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특히나 도경수가 끝끝내 목표점에 다다랐을 때의 감흥은 익숙하고 친숙한 그림이라 감정의 파고를 높여주는 식이다. 어디서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어도 상관없다. 이러한 안정적인 비주얼은 분명 서사와 정서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제 관심은 바로 그 서사와 정서에 쏠린다.
전작과의 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