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악귀>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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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보는 염해상은 악귀 때문에 죽은 어머니의 비밀을 캐다 할머니 나병희를 비롯한 집안의 거대한 탐욕과 마주하게 된다. 구산영은 반대의 경우다. 5살 이후 얼굴 한 번 못 본 아버지의 부음 이후 악귀가 씐다. 이후 악귀와 연관된 과거가 보이고, 정신을 잃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제 안의 욕망과 정의 사이에서 번민하게 되는 복합적인 존재다. <악귀>는 대를 이어 이 자본가의 정도와 악귀와의 악연으로 얽힌 자식들의 귀신 막는 살풀이다.
과거나 현실과의 알레고리를 즐기는 김은희 작가답게 자본주의나 그에 대한 탐욕으로 결부된 귀신들이나 피해자들을 상정한 것도 흥미롭다. 자살귀들에 씐 피해자들은 불법 대출에 시달리던 청춘들이다. 구산영의 동창은 남의 것을 탐해도 탐해도 부족한 아귀에 시달린다. 시골 마을에 찾아온 객귀마저 어릴 적 돈 벌러 도시로 떠났다가 십수 년을 집에 돌아오지 못했던 딸이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악귀의 연원은 어떤가. 여자 아이 이목단은 자본가의 탐욕을 위한 제물이었다. 무속의 힘을 빌린 나병희와 염승옥이 주범이었고, 이들 자본가들이 나눠 준 콩고물을 집어삼킨 마을 주민 전체가 공범들이었다. 김은희 작가는 1958년도 벌어진 유사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귀신보다 사람이, 사람의 탐욕이 현실에선 더 무서운 법이다.
악귀는, 귀신들은 그렇게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숙주 삼아 인간을 공격하게 사회에 균열을 낸다. 공포 장르물의 귀신이나 유령, 괴물이 사회나 구조에 희생된 자들이거나 권력과는 거리가 먼 타자들로 상정됐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 멀리 <전설의 고향> 속 가부장제에 희생된 며느리가, 조선시대 <장화홍련전> 속 장화와 홍련이 그러했듯이.
▲SBS 드라마 <악귀> 스틸 이미지SBS
다소 유연한 공포물이면서 악귀의 연원을 쫓는 수사물의 형식을 띤다. 민속학에 대한 묘사는 다소 헐겁고, 악귀의 존재를 끝끝내 감추기 위해 흩뿌린 잦은 회상 장면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개별 사건의 해결 과정과 이목단 사건 해결이란 전체 구조의 유기성도 감탄할 수준은 아니다. 공포물이라기엔 충격을 주는 장면도, 10화에서 정점을 찍은 김태리의 귀신 씐 연기의 횟수도 전체적으로 빈도가 현저히 낮다.
그런 약점에도 김은희 작가가 제시한 꽤나 방대한 단서들을 따라잡는 재미는 상당하다. 귀신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흡인력도 상당하다. 일종의 떡밥인 악귀의 정체가 가련한 피해자인 이목단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반전이 필수인 장르물의 관습이어도 상관없다. 아마도 물도 마시지 못하고 며칠은 굶다 죽어나간 또 다른 비아동 여성 피해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악귀>는 악의 발원을 아동 살해까지 자행한 자본가의 탐욕과 동일시했다. 이 직설적이고 과감한 설정을 밀어붙인 것만으로 여타 호러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악귀>가 친절하고 집요하게 자막까지 매번 삽입하며 1958년, 1979년이라는 현대사와의 접점을 강조하는 이유일 터다. 그렇게 김은희 작가는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가, <재벌집 막내아들>로 말하자면 재벌가의 탐욕스런 정도가 태동하고 발전해 온 그 과거가 지금 여기의 피해자들을 양산한 주범이라고 경고하는 중이다. 공포물이란 장르의 외피를 빌려서 말이다. 이제 김은희 작가가 결말을 어떻게 내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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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