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지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퍼지 데이'로 떠올리는 역사 속 비극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사건이 어떠했나. 서북청년단이며 대한청년단이라 이름 붙은 이들이 민중을 상대로 무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살을 자행했다. 공권력은 부당하거나 무력했고 그곳의 민중에겐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법 뿐 다른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도망갈 곳이 막힌 섬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확인된 사망자만 1만이 넘고 추정되는 피해자는 그 십 수 배에 달하는 이 참혹한 학살극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나 말이다.
한국이 피해를 보았던 사건은 또한 있다. 일본은 관동대지진이라 부르는 비극을 한국인은 관동대학살이라 칭하는데, 그건 지진이 가져온 피해보다 그에 뒤따른 학살극이 더욱 잔혹했던 탓이다.
지진 직후 조선인이 사회주의자와 결탁해 테러행위를 획책한다는 내무성 보고를 언론이 무책임하게 인용하고, 이에 선동된 이들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학살에 나선 게 사건의 골자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느니, 독이 든 만두를 나눠준다느니 하는 낭설은 본래의 경고보다도 훨씬 더 빨리 퍼져나갔다. 자경단이 앞장서고 폭도들이 합류한 폭력행위는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 수백의 죽음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