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포스터 ⓒ 넷플릭스

 
* 이 글엔 영화 내용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길복순(전도연 분, 소녀 시절 박세현)은 두개의 삶을 살고 있는 중년 여성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하나 뿐인 딸 재영(김시아 분)때문에 골치아픈 평범한 싱글맘이면서 또 다른 이면에는 살인 청부 업체 M.K ent 소속 '특급 킬러'가 그녀의 실체이다. 미스터리 투성이인 이 회사에는 대표 차민규(설경구 분, 청년 시절 이재욱)가 정해놓은 몇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하나, 미성년자는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 둘, 회사가 허가한 작품(?)만 진행한다. 셋, 회사가 지시한 작품은 반드시 시도한다'. 현실에선 도저히 존재할 것 같지 않을 법한 회사에도 나름의 사규가 존재했고 복순은 이에 따라 확실하게 업무를 완수하는 특급 사원이었다. 그런데 이제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고 복순은 갈등을 겪는다.

​우연찮게 시작했던 킬러 생활을 접고 말 안 듣는 딸 키우기에 전념할까 하는 생각이 찾아오던 차에 부여된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었고 복순은 처음으로 규칙을 위반하게 된다. 회사를 위해 주 69시간 근무 정도는 척척해왔던 복순이었지만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쉴 틈없이 찾아온다. 

죽여야 혹은 죽어야 퇴사 가능한 킬러 회사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얼마전 종영한 tvN <일타 스캔들>로 저력을 과시한 전도연의 또 다른 신작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액션 스릴러 물에선 빼놓을 수 없는 킬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목, 포스터 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공 길복순의 이름은 '킬'복순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킬빌>을 오마주한 것 마냥 복순을 죽여라(Kill) 혹은 해석에 따라선 '죽여주는' 복순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렸던 어린 복순, 그녀를 킬러로 키운 민규 사이의 미묘한 기운은 영화 전체의 틀을 잡는 것과 동시에 긴장감을 선사한다. 유독 복순에게만 관대한 민규가 불만인 동생 차민희(이솜 분)에겐 자연스레 복순은 걸림돌이면서 눈엣가시였다.  

그러던 차에 복순이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민희 입장에선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또 다른 직원 한희성(구교환 분)을 비롯한 일련의 킬러들을 총동원하면서 '징계 대상' 복순의 목숨을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영화 제목에 떡 하니 내건 주인공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할리 있겠는가.

그래픽 노블의 분위기... 감독 특유의 감각적 연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길복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웹툰을 넘어 온갖 피비린내 나는 액션들로 채워진 그래픽 노블의 그것이 연상된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미, 세트와 조명의 적절한 조화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에 이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구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선공개 영상으로 소개된 민규 혼자 러시아 조폭들을 소탕하는 장면을 비롯해서 극중 액션신은 일반적인 드라마, 영화에서 접했던 것과는 사못 다른 색채로 채워진다. 상당수 출연진들이 격투 등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방향 설정임은 분명해 보인다. 

​2시간여에 걸친 이야기는 킬러 회사, 복순과 딸의 생활을 번갈아 오가면서 강약 조절로 시청자들을 화면 앞에 꼭 붙들어 놓는다. OTT 시대의 킬링타임용 영화로서 <길복순>은 회사의 업무를 잘 수행하는 모범 사원에 비유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서 구독자들 사이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작품들의 피할 수 없는 그림자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는 이들은 영화 <회사원>, <킬빌> 등 기존 익숙했던 작품들의 그림자에 갖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2012년 개봉작 <회사원> 역시 킬러 전문 회사로 엄청난 유혈극이 그려진 작품이었고 <킬빌>은 <길복순> 입장에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액션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피의 홍수 마냥 신체 절단이 수시로 이뤄지면서 끔찍한 장면들이 코믹 요소로 활용되는 건 <킹스맨>을 떠올려도 결코 이상하지 않았고 극의 후반부 대결 장면은 <닥터 스트레인지> 속 유체 이탈 등에서 착안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영화 속 그림이 어김 없이 등장하다보니 이에 대한 반응이 자연스레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극중 수많은 캐릭터들의 생사 마저 한치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뭔가 있을 법한 의문 투성이 사항들은 마치 맥거핀 효과 마냥 활용되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엔 허탈감도 찾아온다. 이밖에 몇몇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의야함을 자아낸다.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마냥 어색함 투성으로 등장했다가 허망하게 사라지다보니 굳이 저렇게 활용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 전도연마저 없었다면 <길복순>은 무기 하나 없는 킬러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의외의 수확... 김시아, 이연​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킬링타임용 오락물로서의 제 역할 vs 감독 및 출연진에 대한 아쉬움이 공존하는 <길복순>이지만 의외의 수확도 존재했다. 복순의 딸이자 사춘기를 겪는 십대 소녀 역할을 200% 이상 소화한 김시아는 5년전 <미쓰백> 이상의 존재감으로 성인 연기자들 사이 군계일학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 올해 15살 어린 배우로는 소화하기 힘든 감정선 표현 등에서 놀라움을 자아내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턴 킬러 김영지 역을 맡은 이연 역시 눈여겨볼 만한 출연진 중 한명이다. M.K 의 유망주면서 복순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크지 않은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연기로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밖에 전혀 예상 못했던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 수준의 등장으로 반가움을 선사한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복순의 첫 제거 대상 야쿠자로 특별출연한 황정민을 비롯해서 윤경호(교장선생님 역), 김재화(학부형 역), 장현성(복순 아버지) 등 여타 작품에서 주조연을 넘나드는 인물들이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도 기꺼이 맡아주며 극의 재미에 양념 한스푼을 더해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 수록되는 글 입니다.
넷플릭스 길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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