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 애플TV+

 
스티븐 스필버그+톰 행크스 콤비가 또 하나의 명품 전쟁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지난 2001년 세계 TV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 2010년 태평양 전쟁의 참상을 다룬 <더 퍼시픽>에 이은 신작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6일 애플TV+를 통해 첫 공개된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는 제작자 스필버그 감독과 행크스 두 사람이 14년 만에 합작해 선보이는 제2차 세계대전 소재의 9부작 시리즈물이다.

​앞서 1998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연출과 주연배우로 좋은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은 각각 자신들이 설립한 앰블린(스필버그), 플레이톤(행크스), 그리고 미국 굴지의 캐이블 채널  HBO와의 협업을 통해 일련의 걸작 TV시리즈를 제작했다. 에미상 각 부문을 휩쓸 만큼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더 퍼시픽> 모두 빼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을 자랑했고 전쟁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언제나 첫 손가락으로 두 편의 드라마를 언급하곤 했다.  

​이렇다보니 그 뒤를 이은 새로운 신작을 학수고대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 비로소 또 하나의 2차대전 소재 드라마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번엔 전작들과는 약간 다른 변화가 발생했다. 방영 플랫폼이 기존 TV 채널이 아닌, 글로벌 OTT로 바뀐 것이다. 더군다나 세게 1위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넷플릭스도 아닌,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애플TV+를 통해 선보이는, 다소 위험한 선택이 뒤따르고 있다.  

유럽전선 누빈 폭격기 부대 이야기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 애플TV+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이 각각 육군(유럽)과 해병대(태평양)의 지상전 전투를 다뤘다면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는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바로 공중을 장악한 폭격기 조종사들과 대원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43년 6월 유럽 서부전선의 끝자락, 영국으로 파병된 미국 육군항공대(현재의 미 공군) 제100폭격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부대는 전쟁 당시 가장 많은 출격으로 승전에 이바지한 것과 동시에 가장 많은 비행기와 부대원을 잃은 주인공이기도 했다. 주력 폭격기 B-17은 당시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의 정밀 타격이 가능한 장비를 탑재해 유럽 전선에 배치된 독일군 기지 및 주요 산업 시설 폭격을 담당했다. 그런데 B-17에는 결정적 결함이 하나 존재했다.  ​

먼 거리를 날아가 폭탄을 떨구고 돌아와야 하는 비행기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엄청난 속력과 공격력을 자랑하는 독일군 전투기 FW190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상에선 대공포 사격을 가하고 하늘에선 기관총 공격으로 대응하는 독일군의 반격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힘 한 번 못쓴 채 궤멸 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들은 열세에 놓인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기존 HBO 대신 OTT로 옮겨간 속사정​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 애플TV+

 
당초 계획대로라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는 HBO를 통해 방영되는 것이 기본 수순이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도널드 L. 밀러가 쓴 동명의 서적을 토대로 드라마 기획에 돌입했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제작비용 급등은 HBO로선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촬영 돌입도 해보지도 못한 채 좌초될 수 있었던 대형 프로젝트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다름 아닌 애플이었다.  

결국 2019년 애플TV+는 스필버그와 행크스의 회사와 정식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동시에 HBO는 이 기획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이른바 '2차대전 트릴로지'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로 인해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는 본의 아니게 애플 산하 '애플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최초의 시리즈물이라는 나름의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

총 2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만큼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이상의 금액이 투입된 이 작품에는 실력파 감독이 연출자로 참여해 결코 단순한 TV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 결과 007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1~4화를 담당하면서 탄탄한 기반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결코 헛되지 않은 14년의 기다림​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영화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 애플TV+

 
일단 지난 26일 공개된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1~2회는 오랜 기다림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미국을 떠나 유럽 전선으로 배치된 게일 소령(오스틴 버틀러 분), 존 이건 소령(칼럼 터너 분)을 중심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이제 막 전투의 시작 단계에 불과했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독일군의 집요한 공격 때문에 부득이 야간 공습만 실행하던 영국 공군조차 의아하게 생각할 만큼 미군의 고집스러울 정도의 주간 폭격 시도는 어찌보면 제100폭격전대 대원들이 향후 겪게 될 고초의 발단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이기에 목숨을 건 출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는 시작과 동시에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그 시절 환경을 화면에 녹여내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대부분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신참내기 부대원들을 이끌고 폭격에 나서야 하는 두 청년 파일럿의 고뇌, 향후 전개될 흑인 부대원 구성의 P-51 전투기 지원 등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이 드라마를 가득 채울 전망이다.  

​단순히 전쟁 소재의 드라마, 혹은 영화 제작을 통한 재미 추구가 아닌, 전쟁의 참상을 영상으로 소개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병사들의 전우애를 생생하게 그려낸 덕분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이들이 언급하게 되는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공중으로 배경을 옮기면서 더욱 스케일이 큰 드라마로 제작된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또한 이전 작 못잖은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또 하나의 걸작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마스터스오브디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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