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등장이라고들 했다. 규모는 커졌지만 그에 걸맞는 신인이 좀처럼 나오지 않던 한국 영화계에 연상호의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2011년 <돼지의 왕>부터 2012년 <창>, 2013년 <사이비>에 이르기까지, 연상호가 내놓은 세 편의 애니메이션은 한국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신예의 우렁찬 고함이었다.
연상호가 2016년 실사영화 대작 <부산행>의 연출을 맡았을 땐 한국 영화계 전체가 그 결과를 궁금해 했을 정도였다. 실사영화 데뷔부터 그 해 최고의 대작을 맡았을 만큼 그에게 걸린 기대가 막중하였다.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였다. 연상호를 아끼던 이들일수록 안타까움을 드러냈단 건 흥미로운 일이다. 데뷔작임에도 규모 있는 대작을 매끄럽게 연출해냈다는 호평 이면에, 그렇고 그런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한 방이 있어야만 했던 게 아니냐는 아쉬움들이 묻어났다. 그러나 아직 첫 실사영화였고, 실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도전이 있었을 터였기에 누구도 그가 거기까지라고 예단하진 않았다.
문제는 이후였다. 류승룡, 심은경 주연의 <염력>, 다시 내놓은 좀비물 <반도>가 연달아 참담한 평가를 받아든 것이다. 흥행과는 별개로 <부산행>보다도 훨씬 못한 평가가 이어졌다. 평단만이 아닌 관객들의 평가까지 저조했으니 한국 영화계 최고의 기대주 중 하나였던 연상호의 성적표라고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