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을 구해줘 with 데이비드 베컴
우리 팀을 구해줘 with 데이비드 베컴디즈니플러스
 
웨스트워드 보이스는 영국 내 흔하디 흔한 유소년 축구 클럽 중 하나다. 만 14세 미만의 선수들로 구성된 이스트 런던 소재의 이 팀은 최근 큰 위기를 겪고 있다. 1년 가까이 승리를 얻지 못하면서 자칫 리그 강등 직전에 몰린 것이다. 구성원들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고, 축구에 대한 의욕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설상 가상으로 20여년 이상 소년들을 지도해 온 수석코치는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방과 후엔 오직 공 차는 일에만 전념하면서 미래의 프로축구 선수가 되길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 그런 팀을 돕기 위해 디즈니플러스는 초특급 초대손님 한 명을 섭외했다. 바로 2000년대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데이비드 베컴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역임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등 굴지의 클럽을 거치면서 화려한 프리킥, 발재간 등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그가 이 유소년 팀을 적극 돕기로 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웨스트워드 보이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베컴 역시 이스트런던에서 성장한 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동병상련을 겪은 축구 선배였기 때문.

1년째 승리 없는 강등 위기 유소년팀
 
 우리 팀을 구해줘 with 데이비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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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4부작 시리즈 <우리 팀을 구해줘 with 데이비드 베컴>(원제 'Save Our Squard')은 제목 그대로 어려움에 처한 유소년 구단의 강등권 탈출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베컴이 처음 소년들을 만나기로 한 날 역시 웨스트워드 보이스는 늘 그래왔듯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들이 속한 에코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 사커 오렌지에 1대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원래 웨스트워드는 꾸준히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그 지역에선 인정받던 클럽 중 하나였다. 그런데 상위 리그로 올라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프로 축구와 마찬가지로 유소년 축구 역시 승강제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잘 하는 팀은 위 리그로 올라가고 못하는 팀은 하부리그로 내려가게 된다. 웨스트워드는 이 과정에서 벽에 부딪힌 것이다.  

​자신들보다 한 수위의 기량, 체격 조건을 지닌 상위 리그팀들을 상대하다보니 자연히 패는 늘어났고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날 수록 소년들은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패배가 주는 압박감을 극복하는 게 웨스트워드 구성원에게 주어진 큰 숙제였다.  

'방문 상담 선생님'이 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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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이 이들을 도와주는 방식은 특별한 건 아니었다. 엄연히 코칭스태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들을 뒷전으로 밀고 본인이 지도하는 건 자칫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는 상황. 여기서 베컴이 담당한 건 '담임 선생님' 역할이었다. 어떻게 공을 차고 드리블을 해야 하는 지 기술적인 부분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코치, 선수, 선수의 부모를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일을 한 것이다. 

마치 학교 선생님의 '가정방문' 같은 방식으로 선수들과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달에 걸친 만남은 조금씩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승리가 쌓이면서 어느새 강등권 탈출도 바라보게 됐다. 물론 고비도 없지 않았다. 치고 나가야 할 중요한 상황에서 만난 팀에게 패하는 등 기복있는 플레이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베컴은 선수들을 위한 기분 전환의 기회를 마련했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전용 훈련장인 세인트 조지 파크를 찾아가 해리 케인 등 스타 선수들의 연습을 직접 관찰하면서 사진 찍고 사인도 받도록 도와준 것. 그런가 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자 축구의 성지, 웸블리 구장 방문 때는 소년들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라커룸에 비치해 그들을 감동시켰다. 

이기는 습관 통해 자신감을 얻다
 
 우리 팀을 구해줘 with 데이비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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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리그 최강팀 프로 사커 오렌지와의 리턴 매치이자 시즌 최종전에서 0대2로 패하긴 했지만 웨스트워드 보이스는 6위에 올랐다. 더 이상 강등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베컴은 30여 년 전의 자기 자신을 바라본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배관공으로 생활하던 아버지 밑에서 생활한 그 역시 축구는 고단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었고 결국 꿈을 이루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선수들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베컴은 "오늘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록 1위 팀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결코 후회 없는 시합을 펼친 그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만큼 좋은 플레이로 경기를 지켜본 학부형들의 박수 갈채를 이끌었다.  

<우리 팀을 구해줘 with 데이비드 베컴>는 국내 TV 스포츠 예능과는 살짝 결을 달리한다. 주인공들의 승리에만 목적을 두고 때론 과도한 감정이입을 시키지 않는다. 경기장 밖에서 때론 무미건조함이 느껴질 정도로 거리감을 두고 촬영한 경기 영상은 그래서 더욱 현실감을 높여준다.  

​웨스트워드 보이스는 성공적인 시즌을 마감하고 더 좋은 클럽이 되기 위해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기로 했다. 당초 코치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던 수석코치 아데는 생각을 바꿔 계속 소년들과 그라운드에 남기로 결정했다. 만년 하위권 축구팀은 이제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이기는 습관을 쌓은 웨스트워드 보이스는 대선배 베컴의 도움 속에 이제 '자신감'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디즈니플러스 OTT 데이비드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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