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독재자김정일의 지원 아래 감독과 스태프, 배우까지 도맡아 원없이 영화를 찍은 신상옥과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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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신상옥을 납치해 원하는 모든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자유를 줬다. 기차를 원하면 기차를, 탱크를 원하면 탱크를, 다리를 원하면 다리를 내줬다. 남한에선 늘 제작비에 쪼들렸던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선 원하는 모든 장면을 구현할 수 있었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조차 억압하는 독재자는 신상옥에 일신의 자유를 앗아갔지만 동시에 더없는 예술적 자유를 허락했다.
반대로 다른 독재자도 있었다.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했던 신상옥 감독에게 4년 넘는 시간 동안 영화를 찍을 수 없도록 한 독재자 박정희가 바로 그다. 박정희 정권 치하에서 신상옥 감독의 육신은 안전하고 편안했을지 모르겠으나 그 시절 그의 삶은 삶이 아니었을 것이다.
남과 북, 두 명의 독재자가 지배하는 한반도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조차 빼앗겨야 했다. <연인과 독재자>는 영화를 사랑한 감독과 감독을 사랑한 여배우의 괴뢰국가 피랍기인 동시에, 독재자가 앗아간 자유와 독재자가 가져다준 자유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영화이고, 남과 북 두 명의 독재자가 어떻게 순수한 예술혼을 파괴하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이기에 너무 많은 이야기는 부적절하다. <연인과 독재자>는 오는 22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