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하며 문화부문에서 세계 최정상에 있는 상패를 한국인이 모두 휩쓸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영화 부문에선 최고의 자리, 그 역시 봉준호의 <기생충>이 2019년과 2020년 석권하며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세계에 새겼다.
비단 <기생충>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한국영화가 그와 같은 위치에 오르리란 분석이 많았다. 앞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 또한 황금종려상 수상에 미끄러지긴 했으나 영화제 기간 평론가 최고 평점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작품과 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자가 한국에도 여럿이란 자부심, 그것이 현실화된 오늘이다.
한때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일이다. 1986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주연배우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을 때, 한국영화의 오늘을 내다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해도 좋았다. 누군가 오늘을 떠올렸다면 망상증 환자의 헛된 기대라 했을 것이 분명하다.
동아시아 최초 3대영화제 여우주연상이며 한국 사상 첫 주요영화제 주요부문 수상의 영광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자리까지가 채 반세기가 걸리지 않았다. 네 마리 용 가운데 말석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것이 한강의 기적이라면 이는 충무로의 기적쯤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이 작품이 꼭 봐야 할 한국영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