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라고들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며 휴대폰부터 자동차, 가전제품까지 한국산 제품이 세계인의 삶 가운데 파고들어 한국의 위상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뿐인가. 노벨문학상을 비롯해 칸과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 최고상을 거머쥔 오늘이다. 빌보드 차트 최상단에 오르는 가수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배출한 나라가 또한 한국이니 한 세기 전 김구 선생이 꿈꾼 문화로 번성하는 나라가 이뤄졌다 봐도 좋겠다.
한때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세계 곳곳으로 나라를 떠나는 이가 속출했다.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노동자를 보내고, 베트남으로 전투병을 파병한 아픈 역사를 건넜다. 그러나 어느덧 아시아 전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오려는 이주노동자가 끊이지 않으니,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알도록 한다. 어느 지표로 보나 한반도 역사상 가장 번성한 나라, 세계 속에서 제 자리를 확고히 한 국가가 또한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한국의 오늘이 자랑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분단 후 70년이 넘도록 통일은커녕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조차 제대로 심어내질 못했다. 좌우로 갈라진 이념이며 후진적 정치는 국민들에게 경제수준에 걸맞은 사회상을 갖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공동체의 해체와 지역의 붕괴, 참담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언론지형은 또 어떠한가. 그 모든 부조리와 부정의 가운데서 그래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선 안 된다고 외치는 이들은 얼마나 적고 귀한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