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넷플릭스

<흑백 요리사>로 모처럼 대박 인기 몰이에 성공한 넷플릭스 예능이 또 하나의 신작을 선보였다. 지난 15일 공개된 <코미디 리벤지>는 이름에서 살짝 짐작할 수 있듯이 정통 개그 코미디를 앞세운 6부작 시리즈물이다. 2023년 제작된 <코미디 로얄>의 시즌2 형식을 취한 <코미디 리벤지>는 전작의 기조를 이어 각자 팀으로 나뉜 국내 인기 코미디언들의 대결 구도로 꾸며졌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코미디 로얄>은 당시 방송가에 몰아쳤던 코미디 프로그램을 향한 한파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으로 비춰졌지만 일부 참가팀의 기대 이하 개그 내용만 (부정적) 화제 몰이에 일조했을 뿐 전반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1 우승을 차지했던 베테랑 개그맨 이경규의 건재함과 더불어 이른바 '죽은 개그'(?)도 일정 부분 회생시키는 고군분투에 힘입어 이번 시즌2 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우승 특전에 따른 이경규 단독 프로그램 제작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이를 고사한 이경규는 오히려 후배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했다. 제작발표회 당일 터진 출연자(이진호) 파문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리벤지>는 과연 OTT 시청자들의 사로 잡을 수 있을까?

시즌1 대비 달라진 점은? ​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넷플릭스

등촌동 레이커스 (김용명, 문세윤, 이진호), 펀치라인 (이용진, 신기루, 신규진), 헬로 길티(김해준, 임우일, 박세미), 집사와 아가씨 (김경욱, 송하빈, 김지유), 잔나비정상 (이선민, 이재율, 곽범),산딸기 (박나래, 이상준, 황제성) 등 총 6개팀이 이번 <코미디 리벤지> 우승을 위해 출사표를 내던졌다.

팀장 + 팀원 구성으로 치른 시즌1과 다르게 이번에는 3인 1조 조합으로 1~3라운드 경합을 치르게 되었다. <코미디 로얄> 우승을 차지했던 이경규를 비롯한 이창호-엄지윤-조훈 등 '팀 로얄'은 MC 역할을 담당한다. 기본 대결 방식은 전작의 기조가 유지되었다.

1라운드 '로스팅 개그'는 힙합의 디스 대전 마냥 특정 출연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일종의 '조롱 잔치' 형태를 취했다. 2라운드 '임프랍 배틀' 에선 총 6개의 방에 들어간 팀들이 상황극을 펼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야 한다. 3라운드는 '스트리트 캐릭터 파이터'로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역시 현장 관객들로 부터 '좋아요' 버튼을 많이 많는 미션 수행으로 꾸며졌다.

배우 김병기, 정관용 교수가 코미디 프로그램에?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넷플릭스

다소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시즌1과 달리, <코미디 리벤지>에서의 '로스팅' 디스 배틀은 어느 정도 정돈된 형식을 취해 제법 웃음을 유발시킨다. 출연진 사전 설문조사에서 '최약체'로 거론되었던 시즌1 논란의 주인공, 잔나비정상 팀은 멤버 전원이 이 악물고 준비한 노력을 1라운드에 쏟아 부으며 선전을 펼쳤다.

2라운드에선 전혀 예상 못했던 초대손님들의 등장이 의외의 재미를 안겨준다. 각종 드라마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김병기를 비롯해서 시사토론 진행자 정관용 교수, <카지노> '호구형' 최홍일 등이 각 코너 속 등장 인물로 출연해 참가 개그맨들을 적잖게 당황시키면서 쏠쏠한 웃음을 생산해냈다. 때론 산으로 가는 엉뚱한 상황극 전개가 의도치 않게 재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

3라운드 '스트리트 캐릭터 파이터'에선 역시나 독한 분장으로 단련돤 <코미디 빅리그> 출신 개그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준비했던 코미디 내용을 제대로 풀어낸 참가자도 있었지만 소위 "말렸다"라는 개그계 표현처럼 현장에서 빵 터지지 않는 상황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6부작을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종합 1-2위팀의 최종 결승전, '이경규를 웃겨라'에선 유튜브 개그팀의 패기 Vs. TV 예능으로 다져진 관록이 명승부를 펼치기에 이른다.

이진호 악재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넷플릭스

방영 직전 이진호 악재가 터지긴 했지만 <코미디 리벤지>로선 내용상 큰 영향 없이 무난한 6부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여전히 내용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보이는 모양새다. 독한 개그에 대한 선호도가 성별, 세대마다 판이하게 다른데다 출연팀 각자 내놓는 각양각색 개그 또한 각양각색이다보니 누군가에겐 최고, 또 다른 이에겐 최악의 평가를 공개와 더불어 받고 있다. ​

<솔로지옥>, <피지컬 100>, <흑백요리사> 등 대박 예능에 비해 아직까지 코미디 소재 프로그램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리벤지>에선 의외의 재발견 같은 소소한 성과가 포착되었다. 한동안 공개 코미디 보단 예능에 주력했던 몇몇 출연진들은 '관록'을 제대로 보여준다.

지난 시즌을 자칫 망쳐 놓을 뻔 했던 주범(?) 잔나비정상을 비롯한 많은 참가팀들은 각자의 영역에거 갈고 닦은 기량을 3라운드에 걸쳐 쏟아 붓는다. 이를 통해 유튜브, 숏폼, TV 등 다채로운 공간에서 왜 이들이 적잖은 인기 몰이를 할 수 있었는지의 당위성을 입증한다. ​

이와 더불어 프로그램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준 '예능 대부' 이경규의 든든한 존재감은 <코미디 리벤지> 만의 자랑거리로 손꼽을 만 하다. 동년배 개그맨들이 대부분 TV 무대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웃음 최일선에서 맹활약하는지를 이번 시즌에도 확실하게 증명하기 때문이다. 낯간지럽거나 선을 넘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물론이고 참가자들의 좋았던 점 등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은 그가 여전히 이 무대의 '대부'로 인정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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