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좁은 땅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좁은 땅 가운데서도 시선이 닿지 않은 곳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한다.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 소도시엔 좀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답지하지 않는다. 조선과 철강, 화학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주둔한 지방의 사정이란 발품 팔지 않는 한국 언론지형에선 과소대표 되는 것이 일상적이다.
수도권 사무직 직장인의 사정에 비하여 지방 생산직 육체노동자의 이야기가 언론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살펴보는 건 흥미로운 일일 수가 있겠다. 특히 절대다수가 남성 노동자로 이뤄진 소위 중후장대 산업에 대하여선 통계와 회계장부, 이따금씩 파업과 산재 관련 숫자로만 전해지기 일쑤다. 그 언저리에 자리한 진짜배기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대체 얼마만큼 귀한가.
출퇴근 시간 조선소의 정문 앞에 나가보면 수많은 사람이 들고 나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한 번에 들고 나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지탱하는 삶과 가정들이 얼마만큼 많은가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게 무엇인가. 배를 지어 파는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