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장은 그저 흘러가지 않는다. 읽고 난 뒤 마음 깊이 가라앉아 두고두고 중력을 발한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좌우명이라 하고, 또 누구는 신조라 하며, 또 누구는 좋아하는 문장이며 이야기라고 한다. 내게도 그와 같은 것이 몇 개쯤 있다.
벌써 30년 전 처음 읽고 수시로 다시 들춰보는 책으로 <맹자>가 있다. 맞다. 공자, 맹자 할 때 바로 그 맹자, 즉 맹가의 말씀을 모은 책이다. 그가 고자와 나눈 문답을 기록한 '고자장구' 상편 가운데서 '사생취의(捨生取義)'란 말이 등장한다. 나는 이 말을 잊지 못한다. 잊지 못할 뿐 아니라 삶의 중간중간, 주요한 선택의 기로마다 이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사생취의가 무슨 뜻인가. 직역하자면 '목숨을 버리고 의를 취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목숨도 의로움도 모두 좋은 것이지만 둘 중 하나밖에 갖지 못한다면 기꺼이 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이 바로 삶이 아닌가. 그 삶을 바쳐 취할 의를 구하는 것이 맹자가 생각하는 군자의 도인 것이다. 선택의 순간마다 어느 것이 의로움인가를, 또 그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는가를 묻게 되는 건 고단하지만 멋진 일이기도 하다.
인간을 살아있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