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을 통해 8년만의 내한 공연을 펼친 밴드 트래비스(Travis)
이현파
지난 27~28일, 한국의 대중음악 마니아들의 관심은 일제히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쏠렸다. 실내 뮤직 페스티벌인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이 이틀간 열렸기 때문이다. 민트페이퍼가 주최한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여행을 콘셉트로 삼은 뮤직 페스티벌이다. 고온다습의 계절이지만 시원한 실내 홀에서 공연과 맥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은 음악성을 인정받은 다국적의 뮤지션이 포함된 라인업으로도 주목받았다. 2010년대 아방가르드한 인디 록의 대표 주자인 킹 크룰(King Krule), 슈게이징 음악과 파워 팝 음악의 감성을 결합한 캐나다의 인디 밴드 올웨이즈(Alvvays) 등이 이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헨리 무디(Henry Moodie) 등 틱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팝 뮤지션 역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두 번째 정규 앨범 < Lahai >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뮤지션 삼파(Sampha)의 공연 역시 음악 마니아들에게 일제히 극찬을 받았다. 삼파는 알앤비와 일렉트로니카, 아프리카 전통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다. 정교한 드럼 비트로 무장한 그의 공연은 보는 이의 예상을 끊임없이 넘어섰다. 권진아, 적재, 키스 오브 라이프, 너드커넥션 등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뮤지션도 여럿 출연했지만, 해외 라인업 구성에서는 도전 정신이 느껴졌다.
8년 만에 돌아온 세기말 록스타
2010년대 이후의 뮤지션들이 중심을 이룬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의 라인업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있었다면 록밴드 트래비스(Travis)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트래비스는 1997년에 데뷔해 세기말 영국 록 신을 풍미했던 밴드다. 서정적인 기타 팝을 내세운 트래비스는 콜드플레이(Coldplay), 킨(Keane), 스타세일러(Starsailor) 등과 함께 '포스트 브릿팝'을 대표했다. 트래비스 특유의 애수에 젖은 기타 멜로디는 콜드플레이 킬러스(The Killers) 등 초대형 밴드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트래비스는 2008년 첫 내한 이후 단독 공연과 록 페스티벌로 한국 팬을 자주 만나며 '친한파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이후로는 8년 동안 한국에 오지 않았다. 그 사이 트래비스의 멤버들은 모두 50대에 진입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 프란 힐리를 비롯한 멤버들의 머리숱, 깊게 팬 주름에서는 숨길 수 없는 세월이 묻어났다. 오랜만의 한국 방문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프란 힐리는 유독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는 "시간이 참 빠르다. 내 머리 색깔이 이렇게 (주황색으로) 변할 만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