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로 먼 바다에 나가 항해한 경험은 내게 세상을 완전히 달리 보는 눈을 뜨게 해주었다. 그중 하나는 순환의 고리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걸프만과 말라카, 대만해협까지,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은 좁은 해역을 오가는 수많은 배의 행렬을 보며 한국이란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발전과 생산, 소비와 오염의 고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더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진 거대한 선박들이 내뿜는 오염물질을 생각한다. 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해역으로 벗어나며 바꾸는 불순한 연료와 검은 연기를, 조악한 배들이 길게 뒤로 늘이는 불유쾌한 흔적들이며, 화려한 거대도시 항만 초입부터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 따위를 기억한다.
에너지를 얼마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가 멀리서 어마어마한 석유와 가스를 매일 같이 빌딩을 눕힌 듯 거대한 배에 가득 채워 들여온다.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나라의 수도에선 다시 저 멀리 외딴 도시에서 발전한 전기를 송전탑을 통해 끌어다 쓴다.